이재명 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전격 단일화를 이룬 가운데, 단일화를 가정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접전이 펼쳐졌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마다 단일화에 따른 안 대표의 지지층 이동에 대한 분석이 달라 단일화 효과를 가늠하기 쉽지 않게 됐다. 민주당은 단일화 역풍을, 국민의힘은 단일화 효과를 장담하는 등 입장별로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3일과 4일 공개된 18곳의 조사들 중 단일화를 전제로 한 6곳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3곳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곳에서는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이 후보에 우위를 보였다. 해당 조사들은 여론조사 실시 최종 시한인 2일까지 윤 후보와 안 대표의 단일화를 가정해 대선 지지도를 물었다.
오차범위 이내 결과들을 먼저 보면,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재명 42.2% 대 윤석열 42.5%로 격차는 0.3%포인트였다. 같은 기간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이재명 45.0% 대 윤석열 45.9%로, 격차는 0.9%였다. 두 곳 모두 1% 이내의 초박빙이었다. 입소스가 한국경제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이재명 42.8% 대 윤석열 48.9%로, 격차는 6.1%포인트로 비교적 컸지만 오차범위 이내였다.
오차범위 밖을 보면 모두 윤 후보의 승리였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달 28일~지난 2일 전국 성인 2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재명 41.5% 대 윤석열 47.4%였다.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5.9%포인트였다. 또 코리아정보리서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 2일 전국 성인 202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재명 44.4% 대 윤석열 49.3%로, 역시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4.9%포인트였다. 마지막으로 동아일보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2일 전국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재명 39.0% 대 윤석열 45.5%로,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6.5%였다.
단일화를 가정해 안 대표 지지층이 어디로 분산되는지를 추적하면 서로 다른 결과들이 나와 단일화에 따라 누가 유리할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우선 단일화로 안 대표의 지지층 중 이 후보로 이동한 비율이 윤 후보로 이동한 비율보다 높은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대표적으로 머니투데이·한국갤럽 조사에서 단일화 이후 윤 후보와 이 후보 차이가 좁혀졌다. 4자 대결에서는 윤석열 40.6% 대 이재명 39.2% 대 안철수 9.0%로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차이가 1.4%포인트였지만, 야권 단일화를 가상한 3자 대결에선 윤석열 42.5% 대 이재명 42.2%로 두 사람 간 격차가 0.3%포인트로 좁혀졌다.
반면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에 조사에서는 안 대표 지지층의 이동이 이 후보보다 윤 후보로 더 크게 이뤄졌다. 4자 대결시 이재명 40.4% 대 윤석열 43.7% 대 안철수 8.1%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3.7%포인트였지만, 야권 단일화를 전제로 한 3자 대결에서는 이재명 41.5% 대 윤석열 47.4%로 격차가 5.9%포인트까지 벌어졌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일 경기 이천 중리사거리 인근에서 합동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윤 후보와 안 대표의 단일화 효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조금이라도 더 윤 후보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일각에서는 야권 단일화로 위기감을 느낀 이 후보 지지층이 결집하는 동시에 배신감을 느낀 안 후보 지지층의 응징 등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의 지지층 태도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평가와 교차분석을 한 결과 민주당 재집권보다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여론이 3배 이상 높다"며 "안 대표 지지층의 3분의 1 정도는 이 후보 , 3분의 2 정도는 윤 후보로 분산되지 않을까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단일화를 했을 때 성격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단일화로 인한 단순 지지율의 합산 수치가 있고, 별건으로 지지율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며 "실제 단일화가 이뤄지기 전 조사하는 것은 단일화의 컨벤션 효과가 반영이 안 된 상태에서 기계적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답을 한 것이다. 이 조사를 갖고서는 전망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일화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어느 정도냐의 문제지,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진보 쪽에서 이야기하는 역풍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기대 상승 효과도 분명 존재한다. 역풍보다는 기대 상승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단일화 시점 등을 고려하면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사장은 "단일화 컨벤션을 폭발적으로 일으키기 위해서는 2주 전 안 대표의 (단일화)제안이 받아들여졌어야 했다. 지금은 그러한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윤 후보 입장에서도 이미 결집력이 상당히 강고하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단일화가 역풍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강철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대표는 "산술적으로 안 대표의 지지율이 8%라고 한다면 5%는 윤 후보 쪽으로 갈 것이라고들 하는데 문제는 선거에서 지지율은 산술적으로 배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이 후보 쪽으로 가는 표를 안 대표가 가로막고 있었다. 양강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이 안 대표 지지로 이어졌는데, 이번 안 대표의 사퇴에 배신감을 느낀 표들이 응징적 성격을 띠고 이 후보를 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호남의 높은 사전투표율에 주목하며 "안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윤 후보를 찍을 수는 없고, 그 분노의 성격이 잘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