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 서울 강동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59세)는 치솟는 기름값과 우유·원두값 등 원재료가격 상승 탓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는 오르고 구매빈도수가 높은 생활물가까지 들썩이면서 카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확진자 폭증으로 매출이 저조한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쉽사리 올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카페에 납품받는 우유는 19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르고, 커피 원두 가격은 52500원에서 3.8% 뛰었다며 하소연한 A씨. 그는 "주변 식당들도 전부다 500원~1000원씩 가격을 올렸는데 5~10%씩 오른 셈"이라며 "직원들 식비로 나가는 비용도 늘면서 조금이라도 가격인상을 해야 카페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가 4%대로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내달부터 우크라이나발 물가 충격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첫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764원으로 지난주보다 24.2원 올랐다. 경유 판매가격도 전주보다 26.8원 상승한 1591.3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일 보통휘발유 가격은 서울 1871.08원, 전국 1803.2원으로 유류세 인하 직전(서울 1888.66원, 전국 1810.16원)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유류세 인하 이후 각각 1687.25원, 1620.98원까지 떨어졌던 휘발유 가격이 이를 상쇄할 만큼 상승한 셈이다.
국제유가를 보면,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3일 배럴당 116.65달러를 찍었다. 국제 원유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에 따라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곡물가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세계 식품 가격지수는 지난 4일(현지시간) 140.7을 기록하는 등 1월보다 3.9% 올랐다. 이는 1년 전보다 24.1% 오른 수준으로 지난 2011년 2월의 종전 최고 기록보다 2% 높은 수치다.
공급망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식품가격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61년 역사상 최고점을 찍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가 4%대로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 5일 통계청이 공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7% 상승했다. 특히 구입 빈도가 높은 140여개 품목의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 이상 급등했다.
외식 등의 가격을 반영하는 개인서비스도 줄줄이 오르는 모습이다. 2월 소비자물가에서 개인서비스는 전월비 0.8%, 전년 대비 4.3% 오르면서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 개인서비스 중에서도 외식은 1년 전보다 6.2%나 치솟았다.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 집계를 보면 프랜차이즈 죽집인 '본죽'은 최근 쇠고기버섯죽 및 일부 메뉴의 가격을 500원(5.6%)씩 인상했다. 패스트푸드인 '맘스터치'는 싸이버거 등 주요 메뉴 가격을 300원(7.9%), 굽네치킨은 굽네오리지널 등 일부 매뉴 가격을 1000원(6.7%) 올리는 등 줄줄이 가격인상에 나섰다.
문제는 2월 물가에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우려가 연말부터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쳐왔으나, 본격화된 것은 지난달 24일이기 때문에 2월 물가 전반에 큰 영향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달 전망과 관련해서는 "대외적인 유가상승요인, 글로벌 공급차질등이 우크라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이 상승하면서 공업제품 오름세, 개인서비스 오름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시차를 두고 이달 소비자 물가에 본격 반영될 전망이 크다고 본다"며 "석유·가공식품 가격이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어 "10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고유가로 인해 정부가 잡을 수 있는 물가 통제는 한계라고 본다"며 "이미 체감물가는 그 이상이라는 게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지금은 일각에서 전세계적으로 예전의 인플레이션 악순환(inflationary spiral)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매우 중차대한 시기"라고 말한 바 있다.
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