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몸통'이 누구냐를 두고 여야의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건이 불거졌을 때부터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몸통이라고 주장해왔는데 방어에 주력하던 민주당이 공세로 전환하면서다.
민주당은 사업의 종잣돈이 된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사건을 무마해줬다는 의혹을 근거로 윤석열 후보가 몸통 아니냐고 공격하는 동시에 진실 규명을 위해 하루빨리 특검을 하자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실제로 특검이 이뤄질지, 대장동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질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가 지난 6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화천대유 김만배씨는 지인에게 작년 9월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 후보가 사건을 무마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게 당시 주임검사인 윤석열 중수2과장을 잘 아는 박영수 전 특검을 소개했고 이후 검찰 조사에서 커피만 한잔 마시고 나온 뒤 사건이 없어졌다고 한 것이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사진=뉴시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대장동 비리의 몸통이 윤 후보라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대장동 사건 핵심 관계자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옥과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 김씨의 또 다른 녹취록에서 같은 내용이 나온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 후보가 대장동 사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줬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달리 1100억원이 넘는 종잣돈 마련의 배경이 된 윤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달 임시 국회에서 특검안을 의결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의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앞으로도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난 3일 특검법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윤 후보의 수사무마 의혹도 들어있다.
그러나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민주당의 생각처럼 진실 규명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검법안 합의와 후보추천, 임명,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대선이 끝난 뒤 취임 때까지 두달여 동안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특검안을 추진하는 것은 실제 도입보다는 윤 후보 압박에 무게를 둔 게 아니냔 해석과 함께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에 관한 공소시효 만료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
공소시효와 관련해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는 대검 중수부 2과장으로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를 총괄지휘했고 2013년 중후반까지 재판에 직접 관여했다"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특수직무유기)의 공소시효 10년을 적용하면 공소시효는 내년 중후반에 만료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대장동 사건의 향방은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변호사단체장을 지낸 한 법조인은 "특검으로 무엇을 얼마나 밝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대선이 지나고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낼 텐데 아마도 당선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방향은 크게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수사무마 의혹과 관련해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녹취록에는 현재 밝혀진 증언, 증거들과 전혀 맞지 않는 거짓말이 수두룩하다"며 "윤 후보는 조씨를 포함한 누구도 봐주기 수사한 사실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반박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조씨가 타인과의 돈거래 사건에 관여한 참고인 신분 사건을 수임했지만 불법대출 당사자 사건은 아니다"라며 대출브로커 조씨와의 관계를 전면부인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