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바코의 새정부 눈치보기…비상임이사 임기연장 상정 보류

코바코 "기재부·방통위와 협의해 임기연장 안건 상정 안해"
기재부·방통위 확인했더니 "코바코 주장은 처음 듣는 말"

입력 : 2022-03-18 오후 2:01:42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위원회와의 협의 없이 자체 판단만으로 비상임이사 임기연장 안건을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바코 측은 내부에서 결정한 사안이어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확인 결과 기획조정실장 조모씨 한 사람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정권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코바코가 새정부 눈치보기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코바코는 이날 오후 주주총회를 연다. 당초 상정키로 했던 김현수·이채훈 비상임이사의 임기 1년 연장 안건은 보류됐다. 앞서 지난 17일 코바코 기조실장인 조모씨가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기재부와 방통위 요청으로 임기연장 안건이 보류됐다"고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렸다. 이미 대선 두 달 전 공문으로 결정된 사안이었다. 김현수·이채훈 비상임이사는 지난 2020년 4월20일 임명됐다. 임기는 2년이다. 이번 안건이 통과될 경우 임기는 내년 4월19일까지 연장된다.
 
2020년 4월20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비상임이사로 김현수 동양미래대학 겸임교수(사진 왼쪽)와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을 임명됐다. (사진=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코바코 조모 기조실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도 "김현수·이채훈 비상임이사의 임기연장 안건을 보류한 건 맞다"며 "기재부하고 방통위와 협의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와 방통위에 확인한 결과 조 실장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기재부와 방통위는 "코바코 비상임이사의 임기연장에 관해 들은 말이 없다"며 "임기연장 안건을 반대해서 주총 때 상정이 보류된다는 건 처음 듣는다"고 했다.
 
취재팀이 조 실장에게 '기재부와 방통위에선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고 재차 묻자 말을 바꿨다. 그는 "코바코 자체 판단과 내부 사정으로 두 사람의 임기연장 안건 상정을 보류했고, 자체 판단을 한 건 저"라며 "두 분의 임기가 내달 중순까지 남았기 때문에 다시 안건을 올릴 수 있다. 임기연장을 아예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조 실장이 두 비상임이사의 임기연장 안건을 보류한 것과 관련해 코바코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벌써부터 새정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16일 청와대 오찬 회동이 당일 오전 전격 취소되면서 그 배경을 놓고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각각의 채널로 나선 가운데, 의제 설정에 있어 사전 조율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윤 당선인 측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비롯해 공공기관 인사에 있어 사전 협의를 요청하면서 문 대통령을 압박한 점이 회동 결렬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광고의 판매대행 등을 수행하는 코바코는 정권의 대표적 낙하산 인사로 역대 정부 때마다 홍역을 앓았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바코 사장과 감사 및 본부장 등 임원 중 66%가 외부 출신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백만 사장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 문재인정부에선 주바티칸 특임전권대사를 역임했다.
 
조 실장은 코바코가 새정부 출범을 고려해 두 비상임이사의 임기연장 안건을 보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는 비공식적 협의와 내부 논의과정을 거쳐 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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