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임금 합의를 이루지 못해 갈등을 겪었던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대화를 재개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사측과의 대화에 대해 '쇼통'이라고 불만을 드러내면서 오는 25일까지 요구안에 대한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18일 노동계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경영진과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이날 오후 1시 화성사업장에 있는 대표이사 집무실에서 임금교섭 해결을 위한 대화를 진행했다.
이날 사측에서는 경계현 대표이사와 인사 담당 임원 3명, 노조 측에서는 공동교섭단 간사와 4개 노조위원장 등 5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노사 간 대표이사가 대화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교섭단은 이날 대화에 대해 "경계현 대표이사는 2021년도 임금교섭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주제로 고작 40여분간 대화하고, 다음 일정으로 인해 미팅을 중단하고 나갔다"며 "노조가 지난달 16일 대화를 요구하고 30일이 넘게 기다렸는데도 고작 40여분 동안 대화하고, 그마저도 어떠한 의미 있는 대화도 안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동교섭단은 오늘 경 대표가 보인 모습에서 여전히 노조를 노사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봤다"며 "회사는 앞에서는 언론을 통해 노조를 인정하고 상생 파트너로 대화한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언론 플레이를 위한 '쇼통'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 대표는 공동교섭단이 최종적으로 양보한 2개의 안건을 검토해 25일까지 답하기 바란다"며 "우리는 누차 밝혔듯이 파국이 아닌 대화를 통한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교섭단은 이날 급여 체계와 관련해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의 성과급 재원 변경 △정률 인사에서 정액 인상으로의 공통인상률(Base-up) 변경 △포괄임금제와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휴식권과 관련해 △유급휴일 5일 △회사 창립일 1일 유급화 △노조 창립일 1일 유급화 등의 안건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부터 총 15회에 걸쳐 진행한 임금교섭에서 사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공동교섭단은 지난달 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중노위는 노사 간 견해차가 너무 크다고 판단해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조정중지를 결정했고, 결국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후 공동교섭단은 지난달 16일 요구안과 관련해 경영진에 대화를 요청했다. 공동교섭단은 경영진이 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합원 찬반 투표로 쟁의 절차에 돌입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사측이 대표이사가 직접 대화에 참여하겠다면서 요구에 응해 파업은 보류된 상태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