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제품이 또다시 소비자 불만의 표적이 됐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 갤럭시S22 시리즈의 성능이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기능 때문에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파장은 갈수록 번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삼성전자가 애초 최고의 제품이라고 홍보한 것과 다르니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이 문제가 등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집단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인 한종희 DX부문장이 지난 1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사과했다. 이날 주주총회장 앞 도로에서 트럭 시위까지 벌어졌기에 할 수 없이 고개를 숙인 듯하다. 그렇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노태문 MX사업본부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됐으니 사태가 가라앉을지는 미지수이다. 뭇사람의 말은 막을 수 없다는 옛날 고사성어 그대로이다.
갤럭시 S22 시리즈는 삼성이 최근 중국 등 경쟁업체의 도전을 뿌리치고자 내놓은 신작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삼성이 깊이 되새겨봐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한국의 정보통신 산업이 성장하고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소비자의 식별능력도 함께 발전해왔다는 사실이다. 필자처럼 스마트폰을 단순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야 예민한 성능 차이나 하자를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소비자들 가운데는 상당히 깊고 높은 식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 소비자들에게는 제품의 사소한 결함은 거의 다 간파되는 것이다.
그런 소비자들의 매 같은 눈을 그 어느 생산업체도 속일 수 없다. 그런데 삼성은 그런 소비자들의 역량을 과소평가했다고 여겨진다.
삼성은 과거에도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문제를 야기하곤 했다. 이를테면 2016년 8월 출시한 '갤럭시 노트7'의 경우 기기를 충전 중인 것도 아닌데 불이 나는 사고가 잇따랐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노트7 출시 2주 만에 고동진 당시 삼성전자 무선 사업부 사장이 배터리 결함을 인정하며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까지 했다. 삼성전자는 제품을 교환해주는 등 수습을 시도했지만, 발화 및 폭발 사고는 계속 일어났다. 일부 국가에서는 항공기 내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2차례에 걸친 리콜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삼성전자는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출시 54일 만에 단종되고 만 것이다. 2019년에는 화면결함 문제가 드러난 '갤럭시 폴드'의 출시를 연기하는 등 홍역을 또다시 치렀다.
LG가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했으니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남은 국내 생산업체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에 더해 중국업체들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고독해진 삼성을 국내의 소비자들은 성원을 보내면서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흑역사가 단절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삼성전자는 지금 국내 유일한 스마트폰 업체이고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취해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은 세계 최정상에 있고 반도체 등 부품과 소재를 뒷받침하는 계열사도 있으니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유리한 위치로 말미암아 교만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뉴시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노트7 발화사고 당시 1차 리콜 1조5000억원, 2차 리콜 2조6000억원을 썼다고 한다. 노트7 조기 단종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고려할 때 7조원 이상의 손실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번 갤럭시22의 경우 앞으로 얼마나 큰 비용과 손실을 감수해야 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숫자로 나타나는 비용보다 더 무서운 것은 소비자 신뢰이다. 이번 일로 소비자 신뢰가 추락하지 않을까 저어된다. 소비자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지만, 한번 잃으면 다시 얻기가 더욱더 어렵다.
그러므로 삼성전자는 흑역사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혹시 교만해졌다면 겸손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소비자가 등 돌리지 않도록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어쩌면 고 이건희 회장 시절 ‘애니콜’ 휴대전화를 긁어모아 거행했던 화형식을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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