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2030년까지 153조원이 넘는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정확한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은 기업들을 모두 합치면 적어도 200조원은 넘게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실제 기업들은 탄소 배출 저감, 친환경성을 높인 신사업 등을 강조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SK(034730)와 포스코가 흐름을 선도하는 모습이다.
23일 전경련과 재계에 따르면 2021년 11월30일까지 발표된 국내 10개 그룹의 환경 분야 ESG 관련 투자액은 총 153조2123억원으로 최장 2030년까지 탄소 저감 공장·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수소경제, 순환 경제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SK는 친환경 사업의 꽃이라 불리는 수소 사업에만 오는 2025년까지 1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203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의 1%인 2억톤을 줄일 것이라 선언한 바 있다.
먼저
SK이노베이션(096770)은 '카본 투 그린'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기준 제품 생산과정과 공정 가동에 필요한 전기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던 탄소 1243만톤을 2030년까지 50%, 2050년 이전 100% 넷제로를 달성할 계획이다. 또 전반적인 사업 가치사슬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2030년까지 약 45%, 2050년까지 75%를 줄이기로 했다. 이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단계별 감축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034730) E&S의 경우 그룹 차원의 투자액 중 5조8000억원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액화수소 플랜트 착공을 앞둔 계열사 아이지이(IGE)에 1000억원 회사채를 보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부지를 매입해 연 3만톤 규모의 수소 액화 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성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친환경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 용도로만 쓰이는 특수목적채권이다. SK하이닉스는 그린본드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수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오염 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철강업계도 탄소중립 전환기를 맞아 ESG 경영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ESG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2020년 12월 고로기반 아시아 대형 철강사 최초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한 바 있다. 수소환원제철 기반으로 2030년까지 20%,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 50%를 감축한다는 목표다.
포스코 관계자는 "2020년 선언한 '포스코 2050 탄소중립'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실현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단기적으로는 CO2 발생 저감기술 개발과 저탄소 제품 개발에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며 "제철부산물 업사이클링을 통한 바다숲 조성, 친환경 규산질 비료 등 본업 연계 사회적인 탄소 감축 노력에도 적극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ESG 경영 성과는 2021년 신설된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통해 지속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포스코 ESG는 최고 등급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1년 ESG 평가에서 종합 A+를 받았다.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G)가 각각 A+, 환경(E)이 A 등급이다.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공장 전경. (사진=포스코)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서 많은 대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데 미래를 준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을 것"이라며 "자회사, 계열사도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사명 변경, 경영 방식 변화 등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ESG를 경영진 보상과 연계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이는 비재무적 요소가 주를 이루는 ESG 경영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측정이 어려운 ESG를 경영평가에 활용하기 위해 자체 지표를 개발하는 기업들도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SK그룹은 2019년부터 CEO의 핵심 성과 지표(KPI)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50% 반영했으며 회사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CEO 평가와 보상과 직접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투자형 지주회사인 SK㈜는 최근 이사회 구성원의 역량을 공개하는 '이사회 역량 현황표(BSM·Board Skill Matrix)' 도입도 고려중이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