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양면시장…넷플릭스 망이용료 지불은 당연"

망중립성 전문가 로슬린 레이튼 박사 비대면 인터뷰
빌 앤 킵 원칙·OCA와 망이용료는 별개 문제
필요하다면 법으로 규제해야…넷플릭스와 소송 중인 SKB 응원

입력 : 2022-03-24 오후 12:08:41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넷플릭스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인터넷은 양면시장이라 생각합니다. 신용카드사가 카드 이용자에게 가입료와 수수료를 청구하는 동시에 가맹업체들에게도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처럼 넷플릭스 같은 기업고객이나 최종이용자는 인터넷 요금을 각자 부담해야 합니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게 청구하는 망이용료는 가정과 구별되는 하나의 통신 가입자로서 내야 할 몫일 뿐, 이중 과금으로 볼 수 없습니다."
 
로슬린 레이튼 박사는 23일 줌(ZOOM)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의 망이용료 지불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양면시장에서 일반 소비자와 비즈니스 사용자에게 다른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넷플릭스는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비즈니스 사용자로서 망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합당하다는 것이다. 로슬린 레이튼 박사는 망 중립성 관련 논문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낸 통신 전문가다. 현재 덴마크에 본사를 둔 통신분야 컨설팅업체 스트랜드 컨설트(Strand Consult)의 수석부사장이자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의 시니어 칼럼니스트로 역임 중이다. 지난달 '2300만 한국인, 500만 넷플릭스 가입자 위해 더 많은 요금 낸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포브스에 게재한 바 있다.
 
로슬린 레이튼 박사. (사진=로슬린 레이튼 박사 제공)
 
넷플릭스가 빌 앤 킵(Bill and Keep) 원칙과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점을 빌미로 망이용료 지불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면 반박했다. 레이튼 박사는 "빌 앤 킵은 통상적으로 상호 간 유사한 수준의 트래픽을 교환해야한다"면서 "넷플릭스는 고용량 트래픽을 통신망 사업자에 보내는 반면 통신망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는 동일하게 보내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주장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특히 "빌 앤 킵 원칙은 상호 간 자발적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해야 한다"면서 "법에 따라 빌 앤 킵 원칙을 적용하라는 의무가 주어지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SK브로드밴드가 빌 앤 킵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망이용료 상호 무정산 적용은 힘들다는 것이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의 OCA에 대해 자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조치일 뿐 망이용료 이슈와는 부차적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다른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일 수 있으며, 인터넷 망의 최종 이용자 입장에서도 공정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OCA는 데이터 트래픽을 줄이기 위해 세계 각지에 설치된 넷플릭스 콘텐츠 전용 캐시서버다. 넷플릭스는 현재 세계 7200개가 넘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과 OCA가 연결돼 있고, OCA를 활용하면 넷플릭스 트래픽을 최대 10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OCA는 넷플릭스의 콘텐츠용으로만 사용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ISP의 전기사용과 네트워크 유지 보수를 위한 노동력이 투입된다"면서 "다른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ISP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결국 타 콘텐츠 사업자들의 경쟁 저해 요소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터넷 망 최종 사용자들이 넷플릭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경우 넷플릭스를 보지 않는 사용자도 스트리밍 비용부담 앉고 있다"며 "인터넷 망의 최종 이용자 입장에서도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의 망이용료 부가 이슈에 대해 정책 입안가들이 해결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레이튼 박사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가 매년 38~40%씩 성장하고 있지만, 인터넷 망 사업자는 수익화를 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늘어난 트래픽을 소화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넷플릭스가 책임감 있게 사용 비용에 대해 공정하게 부담해 주는 편이 제일 좋은 방안이지만, 협의가 힘들다면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대 기업이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오용할 경우에는 정책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진행 중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에 대해 글로벌 정책 입안가들이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미디어를 활용하거나 정치적 입김을 통해 망에 무임승차를 해왔고, 많은 정책 입안가들은 넷플릭스를 힘세고 못된 아이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넷플릭스에 도전하는 거에 대해 반가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넷플릭스가 네트워크 사용에 대해 정당한 부담을 져야 한다는 압력이 올라가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의 책임감 있는 자세를 요청하기도 했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의 (소송) 경험 등을 통해 책임감 있는 기업시민으로 네트워크 투자 필요성에 공감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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