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대한성공회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직원을 부당 인사조치한 장애인복지시설 신부에 대해 인권교육을 실시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대한성공회는 신부를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은 실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에따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사회복지재단이 인권위의 권고를 일부만 수용했다고 판단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8월 재단 산하 장애인 사회복지시설의 시설장으로 재직하는 신부 B씨가 인권위에 진정을 한 직원A씨에게 감봉 처분 등 부당한 인사조치를 하자, B신부를 포함한 전 직원 인권 교육 실시 등의 대책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재단은 “시설장에 대한 경고 등 인사 조치는 해당 장애인 복지시설이 폐쇄되어 불가하며, 산하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장애인 인권개선 등을 포함한 인권교육을 실시했다”고 회신했다.
반면 인권위는 “해당 시설장은 사회복지재단의 운영 주체인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소속 신부로 재직하고 있는데도 시설이 폐쇄되었다는 이유로 시설장에 대한 경고나 인권교육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인권위의 권고를 일부만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사회복지재단에는 산하 사회복지시설이 20여개에 달하는 만큼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적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시설장의 부적절한 권한 행사 등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문제가 된 사회복지시설의 생활지도원으로 근무중이던 A씨는 해당 사회복지시설이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방해하고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장애인 단체와 함께 인권위에 진정을 신청했다. A씨는 단체 등과 함께 기자회견도 했다.
같은 해 A씨는 해당 시설의 시설장인 B신부에 의해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감봉 1개월의 부당한 징계처분을 받았다.
B신부는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 노동청, 노동위원회, 장애인단체, 언론사 등에 지속적으로 시설 관련 진정을 해 업무를 마비시키고, 실무자간 불신을 조장해 고통을 줬다”며 “이용인 등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방해를 해오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제기한 진정 등이 모두 기각돼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났음에도 인권위에 진정해 다른 실무자들과 시설 이용인들에게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B신부는 A씨가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음에도, 징계 결정을 무시하고 업무를 지속했다고도 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B신부가 이용인들과 보호자들에게 ‘같이 살자’, ‘나가면 고생한다’ 등 시설 책임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용인 욕구대로 퇴소 및 자립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B신부는 A씨에 대한 징계 관련 사항을 공유하지 않았고, 징계 후 업무공백에 따른 조정 등 행정절차에 대한 지시도 없었다”며 “A씨가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징계를 이유로 업무를 중단할 수 없던 정황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에 대한 임금 삭감과 일정기간 승급 제한 등 처분은 과도한 징계로 A씨의 진정 행위 등을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로 볼 수 있다”며 “국가인권위법 제 55조1항과, 근로기준법 제 23조에 따라 A씨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