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수출 대기업들이 자금 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2분기 수출도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1000대 기업 중 제조업을 영위하는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사정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한 102개사 중 4.9%는 '매우 악화', 26.5%는 '다소 악화' 등으로 응답해 31.4%가 현재 기업의 자금 사정이 지난해 동기보다 나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2.9%는 '매우 호전', 10.8%는 '다소 호전'이라고 응답하는 등 13.7%가 자금 사정이 전년보다 좋아졌고, 54.9%는 자금 사정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답변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이 자금 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각각 전체 응답 기업의 80.3%, 84.3%로 집계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기준 원유(두바이유)는 51.5%, 나프타는 63.9%, 알루미늄은 49.3%, 구리는 12.6% 가격이 올랐고, 2월 말 기준 생철(철강)은 81.3%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지난해 8월 0.75%, 11월 1.0%, 올해 1월 1.25%로 각각 인상했다.
소재·부품 수급 안정화 등 정부 정책 주문
기업들은 지속된 금리 상승으로 올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전년보다 평균 8.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고, 이자 비용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기업도 33.4%에 달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현재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23.5%) △환율 리스크 관리(20.3%) △매출채권 회수(17.0%) △신용등급 관리(12.4%) △수출입금융(11.1%)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수출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 관리와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32.4%) △공급망 관리를 통한 소재·부품 수급 안정화(21.2%) △환율 등 외환 시장 변동성 최소화(16.0%) △정책 금융 지원 확대(13.4%) 등의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금리 격차 유지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며 "그다음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수입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금 사정 악화는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원자재 수급 안정화 등 리스크 대응에 주력해야 하고, 정책 금융 지원을 확대해 우리 기업들의 자금 사정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전략물자관리원(KOSTI)에서 작업자들이 '수출통제 및 제재 대상 주요 국가' 지도를 새롭게 교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출산업전망지수 8분기 만에 100 하회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수출 전망지수가 2년 만에 악화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국내 1287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를 보면 올해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6.1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100을 하회하면 향후 수출 여건이 현재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로,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0년 2분기에 79.0을 기록한 이후 8분기 만이다.
품목별로는 무선통신기기(70.9), 석유 제품(75.2), 철강과 비철금속 제품(81.1), 반도체(88.1) 등 8개 품목의 수출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격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한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가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선박(148.8), 자동차·자동차 부품(127.0), 생활용품(112.5), 화학공업(111.9) 등은 지수가 110을 넘으면서 다음 분기 수출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전자 제품(109.2), 의료·정밀·광학기기(108.3) 등은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무역협회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대책반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유선과 온라인을 통해 443개사로부터 총 565건의 애로를 접수했다. 이들 애로사항을 유형별로 보면 대금 결제가 304건(53.8%), 물류가 190건(33.6%), 정보 부족이 48건(8.5%)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