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 기자] "시장과 소통한다더니 오히려 뒤통수를 쳤다"
9일 채권가에서 흘러나온 반응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과 관련해 채권시장에선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한국은행이 뚜렷한 이유도 설명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예상을 뒤엎었다는 반응이어서 향후 한국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칠 것으로 우려된다.
◇ 한은, 예상 깨고 기준금리 연 2.25% 동결
이날 한국은행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인 오전 10시께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한은은 이날 금리동결 이유로 주요국 경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세계경제가 신흥시장국의 경제 호조속에 선진국 경제도 미국 등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대체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주요국 경기의 변동성 확대 등이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경기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도 경기상승세 지속에 따른 수요압력 증대 등으로 상승압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봤다.
이같은 경제상황 인식은 지난달 금통위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채권전문가 8대 2로 금리인상 전망.."아뿔사"
채권전문가들은 김중수 한은 총재가 그동안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시장에 신호를 주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뒤 기자간담회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으로 통화운용정책 문구를 수정한 것과 관련해 "의도했던 것"이라며 "견조한 성장세에서 앞으로 물가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정치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혀 금리인상 신호를 보냈다.
이에 금융투자협회의 채권전문가 설문조사에서는 52%가 금리인상을 예상했고, 금통위 당일에는 10명중 8명이 금리인상을 전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8대 2로 기준금리 인상이 우세했는데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가 동결됐다"며 허탈해 했다.
권창진 하나대투증권 RP운용부장도 "금리인상을 예상했던 시장에 특별한 이유도 설명하지 못하고 금리를 동결해 시장의 신뢰를 잃게됐다"고 말했다.
◇ 예상밖 금리인상..채권값 폭등
이날 채권시장은 예상을 빗나간 금리동결로 인해 매수세가 폭주했다.
3년물 국채 금리가 0.26%포인트, 5년물도 0.20%포인트 폭락(가격 급등)해 지난해 1월 이후 1년8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채권시장의 강세가 지속되던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예상해 매수를 늦췄던 기관이 포지션을 채우기 위해 급격히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형민 동양종금증권 채권전략 연구원은 "금리인상을 기대하고 포지션을 비웠던 기관들이 금리동결 소식으로 급하게 사들였다"며 "이번 금통위의 결정은 금리동결이 아닌 금리 인하와 맞먹는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공 연구원도 "기준금리 동결로 이미 상황은 종결이었고, 한마디로 채권시장은 날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은의 시장과의 소통 강조, 이에 따른 신호를 믿었던 채권시장이 일순간에 혼란에 빠진 것이다.
이에 채권시장에선 앞으로 한은의 신호를 믿을 수가 없다며 신뢰가 크게 깨졌다는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