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6·1 지방선거 대진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놓고 여야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펼쳐진다. 서울은 오세훈 시장 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경기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대 유승민 전 의원이 대결이 성사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성사될 경우 대선주자급 빅매치로, 수도권 결과에 따라 여야의 지방선거 승패가 좌우된다. 국민의힘은 새정부 출범에 따른 후광효과를, 민주당은 정권견제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프리미엄' 오세훈 vs 민주당 인물난에 송영길 부상
서울에선 오세훈 시장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맞대결이 유력하다. 아직 오 시장이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으나 정치권에선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은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10년 만에 서울시장으로 복귀했다. 특히 서울 민심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분노한 점을 겨냥,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을 통해 서울의 지지를 한 번 더 얻고 이를 기반으로 차기 대선에도 나설 뜻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월30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에선 지난 1일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탈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송 전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지도부 직책을 내려놨다. 총선 불출마도 공언했으나 서울시장에 도전, 화려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인천에서는 거물이다. 5선 국회의원에 인천시장까지 지냈다. 서울시장 출마의 명분이 부족함에도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은 민주당의 인물난이다. 당내에서 유력 후보로 꼽혔던 우상호 의원이 대선 패배에 따라 불출마를 선언했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출마를 주저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출마를 적극 검토 중이지만 체급 한계에 시달리고 있다.
관건은 서울의 정치지형 변화다. 오 시장 전임자였던 박원순 전 시장은 내리 3선에 성공하며 2011년부터 9년간 시정을 이끌었다. 박 전 시장의 장기접권에 힘입어 민주당은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구청장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개구를 석권했다. 민주당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서울 49개 선거구 중 41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대권을 꿈꾸던 박 전 시장은 비서실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연루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때마침 집값 폭등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가 맞물리면서 서울의 부동산 민심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은 민주당 후보인 박영선 전 장관을 18.32%포인트 격차로 크게 누르고 당선됐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분노한 민심은 20대 대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대선 지지율 추이에서 이 상임고문은 유독 서울에서 내내 윤 당선인에게 뒤졌다. 대선 최종 득표율에서도 윤석열 50.56% 대 이재명 45.73%로 밀렸다. 민주당의 인물난도 결국 부동산 민심을 수습할 후보를 못 찾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민주당은 대선 이후 신구 권력 충돌로 비친 문재인 대통령과의 갈등과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등에서 부각된 윤석열 당선인의 '불통' 행보로 인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정체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계승' 김동연·안민석·염태영·조정식 vs 재기 노리는 유승민
경기도는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도에서 우리가 이기면 (지방선거에서)이긴 거고 지면 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내심 서울은 안심지역으로 분류, 경기 결과를 지방선거 승패와 연관지었다. 민주당은 서울과 달리 경선부터 뜨겁다. 안민석·조정식 의원 외에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도 가세했다. 이들은 모두 출마의 변에서 이재명 상임고문과의 인연을 강조했고, '이재명 계승'을 다짐했다. 직전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프리미엄을 이어받겠다는 취지다. 이 상임고문은 20대 대선에서 서울과 달리 경기에서는 승리하며 정치적 근거지임을 입증했다.
3월31일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 경선에선 경선룰이 최대 변수다. 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당규에 규정된 국민참여경선(여론조사 50%·당원여론조사 50%)으로 선출한다. 당원 투표 비중이 높아 외부 인사가 경선에 참여할 경우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김 대표가 2010년 경기도지사 경선 모델(민주당 김진표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간 후보단일화)로 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그는 민주당 경선부터 참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경선룰을 놓고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며 "바깥에서 온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당에 들어왔을 때 공정하게 경쟁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하자, 안 의원은 "은근슬쩍 경선룰을 바꾸자는 교란성 발언을 하고 있다"면서 "당원참여와 권리행사를 배제하는 건 정치혁신과 정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앞서 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이는 김 대표가 대선 직전 후보직 사퇴와 함께 이 상임고문을 지지 선언한 것에서 비롯된다. 이 후보로서는 정치적 빚을 졌고, 이에 김 대표를 물밑에서 지원 중이란 얘기가 당 안팎에서는 파다하다. 또 김 대표가 민주당 주자로 나서야, 그와 함께 국민에게 약속했던 정치개혁도 보다 힘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경선과정에서부터 그를 적극 도왔던 조정식 의원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 상임고문은 이해찬 전 대표가 물밑에서 이를 조정해 주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에선 심재철·함진규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경기도에서 내리 5선을 지낸 정병국 전 의원 출마도 거론된다. 윤석열 당선인 대변인인 김은혜 의원의 차출론도 꾸준하다. 하지만 경기도지사 선거를 빅매치로 만든 건 유승민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5년을 기다리며 절치부심한 끝에 이번 대선에 재도전했지만 당내 경선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구원이 가져온 '배신자' 프레임이 그를 힘 한 번 못쓴 채 완패하게 만들었다. 유 전 의원은 한때 정계은퇴도 고려했지만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겨 차기 대선에 마지막으로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유 전 의원은 경기도와 뚜렷한 연고가 없어 약점으로 지목된다. 유 전 의원은 본인이 대구에서 4선, 부친인 유수호 전 의원이 재선을 한 대구·경북(TK) 토박이다.
3월31일 유승민 전 의원이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천, 리턴매치…현역 박남춘 vs 전직 유정복·안상수
인천시장 선거에선 2018년 7회 지방선거에 이어 전현직 시장의 리턴매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선 현역인 박남춘 시장의 출마가 유력하다.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으나 평소 연임 의지를 피력해왔다. 국민의힘에선 유정복·안상수 전 시장이 도전장을 던진다. 유 전 시장은 민선 6기, 안 전 시장은 민선 3·4기 시장을 지냈다. 2018년 선거에 출마했다가 박 시장에게 패배한 유 전 시장은 설욕을 준비 중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