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윤핵관' 권성동, 원내대표 예약…'수직적 당청관계' 우려

김태흠 충남지사 출마로 교통정리…조해진 "윤핵관, 훈장에서 주홍글씨 순식간"

입력 : 2022-04-05 오후 5:30:03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새정부 출범을 뒷받침하고 172석 거대 야당에 대응할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권성동 의원이 유력해졌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김태흠 의원이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충남지사 출마로 거취를 정하면서 권 의원 독주체제가 굳혀졌다. 윤석열 당선인도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처 충남지사 출마를 권유하는 등 사전 교통정리에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권 의원이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의 핵심이라는 점에선 당정관계가 수직적이 되면서 여당이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은 오는 8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내달 10일 새정부 출범에 맞춰 원내 지도부 진용을 새로 꾸리기로 했다. 앞서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열린 비공개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새정부의 여러 법률안과 인사청문회, 국회 임명동의안 등을 처리하는 게 4월 중 계속될 것"이라며 "업무의 연속성 측면에서 원내대표를 조기에 새로 뽑고 여야가 협상 진행을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원내대표 조기 사퇴를 선언했다. 
 
5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내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내대표 후보로는 권성동·김도읍·윤상현·조해진(가나다 순) 의원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권 의원이 사실상 원내 사령탑을 예약했다는 게 당내 지배적 분위기다. '윤핵관'으로 불릴 정도로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권 의원은 진작부터 집권여당 원내대표 0순위로 지목됐다. 그 역시 원내대표에 욕심을 내고 인수위 및 내각 참여를 일절 거절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의원들도 청와대와 소통을 중시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당 분위기를 전한 뒤 "권 의원도 충분히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권 의원이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만큼 청와대와의 소통에서는 유리하지만, 역으로 대통령 심기만 살필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가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대통령 의중만 좇을 경우 당정 수직관계는 불가피해진다. 조해진 의원은 이 점을 노렸다. 그는 5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누구와 가까우니까 유리하다, 힘있는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는 그간 고장 난 녹음기처럼 지루하게 들어온 논리"라며 권 의원을 겨냥했다. 조 의원은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대선 과정에서 그런 네이밍(윤핵관)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우려스러웠다"면서 "대중적 네이밍이 붙는 순간 그건 큰 위기고 적신호"라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그런 네이밍이 붙을 때는 그게 훈장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그것이 주홍글씨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경고했다.
 
4일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이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의원 뒤를 이어 국회에서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권 의원은 이 같은 우려 덜기에 주력했다. 그는 "건강한 당정관계로 당이 국정운영 중심에 서겠다"며 오히려 "건강한 긴장관계를 위해선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할 말은 하는 강단으로 당정의 오해와 마찰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권 의원은 "경선이나 선거 과정에서 당선인께 쓴소리와 직언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 바로 저"라며 "그런 기조는 원내대표가 되더라도 똑같이 유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의 목소리가 한창 강할 때 원내대표가 제 역할을 못하면 수직적 관계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며 "다만 윤 당선인은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0선 대통령'이어서 국회는 원내대표 등에게 일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새정부 임기 초반엔 '대동단결을 하자'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수직적 당정관계가 일부분 용인될 측면도 있다"라면서 "여소야대 상황에선 새정부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서라도 '일사불란한 관계'의 논리가 먹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권 의원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김태흠 의원은 충남지사 출마로 선회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지도부로부터 충남도지사 출마 요청을 받았다"며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한 길을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김 의원의 결정엔 윤 당선인의 권유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김기현 원내대표와 함께 김 의원을 찾아 충남지사 출마를 요청했던 이준석 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6월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는 "충청도"라며 충남지사 적임자로 김 의원을 지목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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