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영상 증인신문 시범사업 성공을 기원한다

입력 : 2022-04-08 오전 6:00:00
첫발이 중요하다. 첫발을 어떻게 내딛느냐에 따라 걸음걸이가 달라진다. 담대하고 안정적인 걸음이 될 수도, 잘못 디뎌 넘어질 수도 있다. 
 
해바라기센터 내 영상 증인신문 사업이 첫발을 뗀다. 여성가족부와 법원행정처는 법원 공판 과정에서 아동과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오는 11일부터 8개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증인신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최근 밝혔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과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에게 상담, 의료 수사, 심리, 법률 지원 등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해바라기센터는 피해자에게 친숙한 공간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16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 피해자 중 영상증인신문 희망자는 법정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센터에서 피고인, 즉 가해자와 분리·독립돼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활용해 증언할 수 있다. 이번 시범사업이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높이는 까닭이다.
 
이 제도는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6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 따라 마련됐다. 해당 조항은 미성년 피해자의 영상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헌재는 이 조항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소수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은 미성년 피해자가 입을 2차 피해 우려가 큰 반면 진실을 밝히는 데에는 기여가 적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헌재가 2차 피해의 우려를 인식하면서도 이를 외면한 셈이 됐다. 
 
성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아야 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 이는 법정이라고 다르지 않다. 법정 증언에 나선 피해자를 향해, 범죄 책임이 피해자에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 피고인 변호사에게서, 혹은 판사에게서 튀어나올 수 있다.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한 가운데 미성년 피해자는 증언 과정에서 사건을 회상하다가 불안과 두려움, 우울감, 수치심 등 부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고, 피고인의 유도신문에 말릴 우려도 상당하다. 
 
그렇기에 법정 밖 공간에서 피해자가 증언할 수 있는 기회가 꼭 필요하다. ‘바르나후스 모델’을 도입한 북유럽 국가들은 아동 피해자들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도 별도의 공간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이미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그런만큼 해바라기센터 영상 증인신문 시범사업의 의미는 매우 크다.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자리를 잡으려면, 첫 시범사업에서 역량을 다해 피해자 보호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도 성폭력범죄처벌 특례법의 대체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입법공백으로 2차 피해가 발생한다면, 국회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호선 민주당 의원 등이 피해자가 피고인을 대면해 발생할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낸 상태다. 국회는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이 문제에 관심 갖고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법의 공백이 피해자의 고통을 다시 들쑤시지는 않기를 바란다.
 
김응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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