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홍근(오른쪽에서 세 번째)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지난 대선 이전부터 공언해왔던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며 문재인정부 임기 내 완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검찰개혁 이행 시기 등에 대해 의견 조율이 필요하지만,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라는 대명제에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오는 12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당론 채택이 유력하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8일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검찰개혁 관련 의견을 나눴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다음주 의총을 다시 열고 검찰개혁 관련 당의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뒤 6일 법조인 출신 의원 간담회, 7일 검찰개혁에 관심 있는 의원 50여명을 상대로 한 간담회를 잇따라 열며 당론 조율에 나섰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검찰개혁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시기를 서두르는 것은 맞다. 매번 저희가 검찰개혁을 할 때 질질 끄는 게 오히려 국민들에게 피로를 줬다"며 "그래서 이번에 진짜 하기로 약속했고, 최대한 빨리 끝내자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4회 국회(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남국 의원도 같은 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안에 검찰개혁안 처리 가능성에 대해 "처리돼야 한다"며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했을 때 국민과 약속한 것도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검찰개혁 완수에 매진하는 까닭은 윤석열정부 출범 후 윤 당선인의 거부권 행사 시 법안이 좌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윤 당선인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의 3분의 2인 200석이 필요한데, 현재 172석인 민주당으로서는 28석이 모자라 반전을 꾀하기가 어렵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어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게다가 최근 검찰이 인사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하고,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민주당의 위기감은 한껏 커졌다. 반면 윤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 등의 수사는 현 정부를 겨냥한 수사와 비교해 지지부진하다는 게 민주당 판단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민주당은 '검찰 때리기'에 집중하며 검찰개혁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김건희씨에 대한 주가조작, 논문 표절, 학력·경력 위조 의혹은 수사기관의 직무유기로 단 한 발도 못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정치탄압과 보복수사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며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대응은 물론 모든 당력을 총집중해 정치탄압과 정치보복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기획재정위 소속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법사위로, 법사위 소속 박성준 의원이 기획재정위로 이동하는 사·보임을 단행했다. 원활한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위한 포석이란 게 정치권 분석이다.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에 이견이 있으면 소위원회인 안건조정위를 다수당과 그 외 상임위원 비율 3대3 동수로 구성해 심사한다. 현재 민주당 3명 대 국민의힘 3명이 맞선 상황이지만 비교섭단체(무소속) 소속 상임위원이 있으면 구성비가 민주당 3명 대 국민의힘 2명 대 비교섭단체 1명으로 바뀐다. 민주당 출신 양 의원이 법사위원이 되면 범민주 4명 대 국민의힘 2명 구도로 전환돼 민주당 뜻대로 안건 처리가 가능해진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