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속옷 명가'
쌍방울(102280)그룹이
쌍용차(003620) 인수에 참전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쌍용차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인수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고 있어 이를 해소해야 하는 것이 쌍방울의 당면 과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방울이 쌍용차 인수를 위한 4500억원 자금조달 준비를 마쳤다. 특장차 계열사 광림이 KB증권,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인수자금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쌍방울은 1954년 전라북도 출신의 이봉녕·이창녕 두 형제로부터 시작됐다. 형제상회로 속옷 도매업을 시작한 두 형제는 1962년 삼남메리야스를 세우고 이듬해 쌍녕섬유공업사를 선보인 후 1977년 사명을 쌍방울로 변경했다. 쌍방울은 이씨 형제가 창업한 회사라는 의미인 '두 쌍', '방울 령'에서 따왔다. 이후 1987년 TRY를 출시하며 속옷 브랜드로 큰 성공을 거뒀다.
쌍방울은 지난해 취임한 양선길 회장 체제에서 부진한 실적을 타개할 생존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쌍방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15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쌍방울은 본업인 속옷 사업 외에 신사업 분야로 바이오 사업을 설정한 가운데 이번에는 쌍용차 인수에 참전하며 완성차 시장 진출도 넘보고 있다.
양 회장은 취임 당시 "쌍방울 그룹은 불과 10년 만에 관계사 8개를 거느린 대한민국 대표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왔다"며 "재도약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모든 관계사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쌍방울은 자금력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쌍용차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에 의문이 생긴다. 시장에서는 속옷시장과 완성차시장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쌍방울이 쌍용차 인수 추진 소식과 맞물린 주가 급등기에 계열사 미래산업이 또 다른 계열사 아이오케이의 주식을 대량 매각하며 인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길도 적잖다. 논란이 일자, 일단 이에 대해 쌍방울그룹은 "미래산업의 아이오케이 주식매도는 차익 실현이 아닌 손실을 감수한 매도"라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사실 쌍방울이 쌍용차를 인수한다고 해서 어떤 시너지를 낼지 의문"이라며 "당장 인수자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쌍용차 인수후 정상화까지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될 텐데,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지도 회의적이다"고 강조했다.
쌍방울이 시너지 효과로 내세운 것은 광림이다. 특장차 전문기업인 광림은 크레인차량, 전기작업차, 청소차, 소방차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캐나다의 운송 솔루션 제공사인 GCN과 손잡고 전기 및 수소 특장차 사업에 진출한 만큼 쌍용차를 인수하면 사업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다.
또 특장차는 제품 특성상 완성차가 출고된 후 분해 및 재조립 과정을 거친다. 쌍용차를 품으면 분해나 재조립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설계과정에서 완성특장차를 제조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쌍방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방울 주장대로 설계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시너지 효과 여부가 아니라, 쌍방울이 진정성을 갖고 쌍용차를 인수하려는 의지가 있느냐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