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사상 최초로 총재가 공석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4일 기준 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높인 연 1.5%로 결정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를 넘어섰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예상보다 빠른 긴축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금리 인상을 늦출 여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33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린 0.75%로 확정했고, 10월에는 한차례 동결했다. 이후 11월과 올해 1월 연속으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상향했다가 2월 숨고르기에 들어간 바 있다.
이번 금통위는 지난달 말 이주열 한은 전 총재의 퇴임으로 사상 최초로 총재 공석 속에서 치러졌다. 비둘기파로 알려진 주상영 금통위원이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 위원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총재가 공석인 상황에서 금통위원들이 과감한 인상을 단행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한은 금통위가 이날 금리를 인상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원자잿값 및 국제유가 폭등, 10년여 만의 4%대 물가 상승 등 전방위로 확산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1% 급등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또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9%에 달했다. 1개월 만에 0.2%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미국 등 주요국 통화 정책의 긴축 전환 흐름이 가속화되는 점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더 이상 미루지 못하는 요인이 됐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라가거나 강해질 경우 향후 회의에서 한 번 이상의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른바 '빅 스텝' 가능성이 한층 커졌고 수개월 사이 미국의 기준금리와 역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한은이 선제적 금리 인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종가 기준 1233.1원으로 지난 2월 말(1202.3원) 대비 2.5%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15일에는 미국 연준의 긴축 강화 기대, 우크라이나 사태, 유가 급등 등으로 1242.8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 연준 기준금리(0.25∼0.5%)와의 격차는 1∼1.25%포인트로 벌어졌다. 다음 한은 금통위 회의는 5월 26일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진은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이날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