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톺아보기①)'박탈vs정상화'…누구 말이 맞나

여당, 소속의원 172명 전원 발의 참여
검찰 '중대 6대 범죄' 수사권 법에서 삭제
보완수사 요청권·피의자 의견청취권 남겨
대검 "사건, 검경이송 반복…국민만 피해"

입력 : 2022-04-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새정부 집권 전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검찰은 평검사부터 총장까지 직을 내걸겠다며 결사 항전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검수완박'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 법안 통과로 '검수완박'이 현실화되면 70여년간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 온 검찰은 사실상 해체된다. 그 권력을 이어받을 기관은 아직 미정이다. 국민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뉴스토마토>가 '검수완박'의 필요성과 문제점, 현실화 이후의 국민 득실을 따져봤다.(편집자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15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했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민주당 소속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발의했다.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조항을 완전히 삭제한 것이다. 단 경찰과 공수처 공무원에 대한 수사권과 타법으로 정하는 예외 사항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검수완박'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개정안을 살펴본 결과 자신들이 우려했던 내용이 확인됐다고 강조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박찬대 의원 등이 15일 오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검수완박 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검찰, 남은 수사권 마저 경찰 등에 이양
 
새로 발의된 법안들은 기존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과는 어떻게 다를까. 예고됐던대로 검찰의 '6대 중대 범죄 수사권'은 사라졌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사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로 하며 검사의 수사는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한다"고 정했다. 지난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게는 6대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만 남아있었는데, 이 마저 경찰에 이양한다는 뜻이다. 6대 중대 범죄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를 의미한다. 
 
검찰은 이 6대 범죄 수사를 자신들이 하지 못하면 심각한 수사 공백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6대 범죄는 고도의 전문적인 수사 기술이 필요한 특수 범죄이기 때문에 70년 노하우를 보유한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소위 6대 범죄 수사는 내용이 방대하고 쟁점이 복잡해 고도의 전문성과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검사가 경찰 송치 사건 서류만 보고 수사 진행과 정확한 실체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채 기소하는 경우 오류 가능성이 높고 공소 유지도 심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6대범죄, 경찰도 이미 수사"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6대 중대 범죄 수가 그리 많지 않아 수사 공백 발생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축했다. 6대 범죄 수사는 검·경이 병행하던 것이고 실제 건수를 확인해보면 경찰이 훨씬 많은 수사를 해왔다는 것이다. 
 
법안 발의 직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통계적으로 볼 때 검사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6대 범죄 수사 건수가 작년 기준으로 4000~5000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단 (6대 범죄는) 검사에게 우선적으로 수사권이 부여된 형식으로 검찰청법이 규정하고 있었다. 그것이 정리된다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최강욱 의원도 "사건 4000여건이 이관돼야 한다는 것은 전국 경찰서나 수사단위를 기준으로 해보면 관서당 10건 정도가 증가하는 것"이라며 "인력이 현저하게 부족할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강욱 "경찰 부족 걱정 안 해도 돼" 
 
검찰은 수사 개시뿐만 아니라 보완수사도 직접 할 수 없게 된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7조에 따르면 경찰 수사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은 경찰에게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검찰의 '송치' 요구권이 삭제돼 있다. 대신 제254조의5제1항제2호를 신설해 재수사를 '요구'할 수는 있게 해 놓았다. 
 
다만, 기소 전 관계자 의견 청취는 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에 신설된 제208조2에는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검찰이 피의자·피해자(법정대리인 포함)·참고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했고, 제246조2에는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관계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관계자 의견 청취는 직접 현장을 보지 않고서는 공정한 영장 청구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검찰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완수사를 직접 못하게 되더라도 보완수사 요구권이 살아있게 되면 괜찮지 않냐는 질문에 검찰은 "보완수사와 보완수사 요구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김오수 검찰총장 기자간담회에서 예세민 대검 기조부장은 "보완수사 요구로는 해결 못하는 '진술 청취 과정'이 있다"며 "소추권자가 여부를 결정할 때 당사자를 직접 만날 수 있어야 하고 얘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 완전 배제'는 오해"
 
민주당은 이 때문에 검찰의 수사에서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수사권 기소권 분리와 관련된 정상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검찰에게 남은 수사권도 있다. 직접 수사권을 가진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발생한 범죄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무를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과 경찰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직무에 관한 수사로 한정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아울러 현행법상 행정부에 속하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관리, 즉 특사경에 대한 수사 지휘는 검찰에 그대로 남게된다. 
 
이는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할 방안으로 보인다. 박주민 의원은 "경찰과 검찰, 그리고 공수처가 서로 협력하는 동시에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놨다는 말씀이다"고 설명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4일 국회를 방문해 검수완박에 대한 검찰 입장을 전달한 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과 공수처 직무 범죄 외에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뒀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신설된 197조제3항에는 "검사는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국회에서 검찰이 수사 가능한 사안을 정하는 특별법 등 다른 법을 만들면 예외적으로 검찰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특별검찰' 제도와 유사하다. 단, 현재 이를 규정한 법이 없어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은 없다. 
 
그러나 실제 법안이 시행된 이후 어떤 후폭풍이 미칠지는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검찰은 법안 발의 직후 "이 법안이 시행된다면 사건은 검찰과 경찰 사이에 이송이 반복되고, 부실한 기소로 법원에서 무죄가 속출하여 돈 많고 힘 있는 범죄자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처벌을 면해 안도할 것이고, 범죄 피해자와 국민들은 사건의 장기화와 피해 회복을 제대로 받지 못해 더욱 고통받게 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이에 김오수 검찰총장은 오는 18일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에 참석해 법안과 관련된 구체적인 문제점을 설명할 예정이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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