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1일 청와대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으로 불리는 검찰개혁안을 놓고 민주당과 검찰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도록 일단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 방침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김 총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면담을 수용했다.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해온 김 총장이 "입법 추진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한지 하루 만이다. 박 장관으로부터 김 총장의 사표 제출과 관련한 구두보고를 받고 문 대통령이 반려 의사를 표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김 총장의 면담 요청을 수용한 배경에 대해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에 행정부 수장으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서도 '국회의 시간이라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추가로 말씀드릴 사항은 없다"고 했다.
검찰개혁안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음에도 문 대통령이 김 총장의 면담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강대강으로 치닫는 민주당과 검찰 간의 갈등에 제동을 걸며 중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또 사표 이유에 대해 "의견을 듣겠다"고 한 만큼 수사권 분리에 대한 검찰 쪽 설명을 충분히 청취하겠다는 취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오수 검찰총장 면담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 총장과 면담에 나선 것에 대해 정치권과 검찰에 대화를 촉구하며 양측이 입장을 좁히는 데 나설 것을 독려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입법의 시간이라고 한 것은 (정치권과 검찰이)충분히 대화하고 노력하라는 뜻인데 그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이라며 "사표를 반려함으로써 검찰과 동시에 정치권에도 대화 노력을 더하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 대통령이 김 총장과 면담을 진행한 것이 검찰 쪽 입장을 수용하거나, 민주당의 법안 추진에 대해 속도조절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그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다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거기까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김 총장이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친 이후 민주당과의 협상을 위한 대안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김 총장이 이날 면담에도 별 성과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총장직 사퇴를 고집할 수 있다. 이 경우 검찰에서는 문 대통령 뜻이 민주당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반발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