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문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양비론…"지금은 대화의 시간"

여야에 검찰까지 아전인수격 해석…민주당 "당과 일치" 국민의힘 "사실상 법안 거부"
청와대, 논란 일자 "문 대통령, 수사권·기소권 분리 방향 변함 없다" 진화 나서

입력 : 2022-04-19 오후 5:38:38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오수 검찰총장을 만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 추진에 대한 명확한 찬반 입장 대신 원론적 언급으로 중재자 역할에만 치중하면서 정치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과 이를 막아서는 국민의힘, 검찰은 각각 문 대통령의 진의를 놓고 '아전인수' 격의 해석을 내놨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뒤늦게 "문 대통령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김 총장과의 면담에서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과 관련해 "검찰에서도 끊임없는 자기 개혁과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래야 한다"고 말해, 법안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는 민주당에게 설득과 합의의 정치를 주문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는 곧 4월 임시국회 단독처리에 대한 반대로 읽혔다. 결국 전체적으로 법안에 대한 명확한 찬반 의사 없이 원론적 중재자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그 애매모호함이 다양한 해석을 불렀다. 
 
실제, 문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해석하는 여야의 생각은 달랐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법안이 '국민의 이익'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당이 일치된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19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모든 권력기관 개혁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진행돼야 한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당연히 저희도 그런 관점에서 개혁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검찰과 경찰 사이에 권한을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궁극적으로 국민의 권익을 지키고 국민의 인권을 지키느냐, 이 기준으로 검찰개혁을 해 달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 법안 자체의 본질적인 취지에 동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당 입장에 맞게끔 유리하게 해석한 것이다.
 
반면 법안 개정을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법안 추진에 중립적인 자세를 취한 것 자체가 사실상 거부의 뜻이라는 입장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YTN '뉴스앤뉴스'에 출연해 "지난 검찰개혁이라든지 언론개혁을 민주당이 추진하려고 할 때는 청와대가 물밑에서 많은 지원을 해 주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이번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보고,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한 발 더 나아가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도 요청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처리의 마수를 드러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5년 전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검찰 입장도 변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김 총장 사의를 반려함에 따라 집단사표 등 검란으로까지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김 총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를 찾아 주당이 발의한 검찰청·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 요청을 받아들여 국회를 설득하는 모양새는 갖췄지만 기존 강경함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많이 받지 못했다"며 "성찰하고 반성하겠다"고 말한 게 전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논란이 계속되자 "문 대통령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며 사실상 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 추진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수석은 이날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문재인정부의 공약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뒤 "(국민)의견을 더 모아야 하고 큰 방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대신 "검찰과 민주당의 대화가 우선 중요하고, 정당들 의견이 반영돼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법 개정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우선 검찰과 민주당의 대화의 시간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 처리에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 입법 활동에 청와대가 개입하는 모습이 부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문 대통령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든, 법안을 공포하든 국론 분열에 대한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최대한 정치권과 검찰이 절충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달라는 당부의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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