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한승헌 변호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고 한승헌 변호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한 변호사의 빈소를 찾아 5분간 머무르며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한 변호사의 부인인 김송자 여사에게 "위로 말씀드린다"며 "사회적으로도 아주 큰 어른이셨고, 또 우리 후배 변호사들 또 법조인들에게 아주 큰 귀감이 되셨던 분이다. 저를 아주 많이 아껴주셨는데 너무나 애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직접 와서 조문을 꼭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빈소에서 한 변호사와 민주화운동을 함께한 이해동 목사와도 조우했다. 이 목사가 "이제 나 혼자 남았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러니 좀 더 건강하시고 우리 사회 원로로서 많은 가르침을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의 사저에 들러줄 것을 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 변호사와 깊었던 인연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 변호사님과 인연은 제가 변호사가 되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간다"며 "대학 4학년 때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되어 서대문 구치소에서 감방을 배정받았던 첫날, 한순간 낯선 세계로 굴러떨어진 캄캄절벽 같았던 순간, 옆 감방에서 교도관을 통해 새 내의 한 벌을 보내주신 분이 계셨는데 바로 한 변호사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조사'라는 글로 반공법 위반으로 잡혀와 계셨을 땐데, 그렇게 저와 감방 동기가 된 것"이라며 "가족과 오랫동안 면회를 못해 갈아입을 내의가 무척 아쉬울 때였는데, 모르는 대학생의 그런 사정을 짐작하고 마음을 써주신 것이 그때 너무나 고마웠고, 제게 큰 위안이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꽤 많은 세월이 흘러 제가 변호사가 된 후까지도 엄혹한 시절이 계속되어 저도 인권 변호 활동을 하게 되었고, '노무현 변호사'가 대우조선사건으로 구속되었을 때 저와 한 변호사님은 공동 변호인이 되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재판을 받을 때는 공동대리인이 되어, 한 변호사님은 변론을 총괄하고 저는 대리인단의 간사 역할을 했으니, 인생은 참으로 드라마틱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어 "손꼽아보니 한 변호사님과의 특별한 인연이 50년 가까이 되었다"며 "저를 아껴주셨던 또 한 분의 어른을 떠나보내며 저도 꽤 나이를 먹었음을 실감한다. 삼가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빈다"고 덧붙였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