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검수완박' 인권 후퇴·국제사법절차 혼선"

인수위 "유권해석 질의에 대한 법제처 입장 받아"
"국제형사 공조 차질 넘어 외교관계도 혼란 우려"

입력 : 2022-04-21 오후 4:04:46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제처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추진 중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국민 인권을 후퇴시키고 국제형사사법절차와 관련해서도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이용호 간사는 21일 브리핑에서 인수위가 법제처에 검수완박법에 관해 질의한 결과 이같은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간사는 "법제처는 위헌성 뿐만 아니라 법체계상 정합성 문제도 있음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법제처는 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는 국가기관으로, 국회 이송 법률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공포하는 등 정부의 법제행정에 관한 사무를 총괄한다. 정부의 통일된 의견을 국회에 제시하기 위한 법제조정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이 간사는 "저희가 지금까지 파악한 것으로는 31개 법안이 (검수완박 법안)과의 관계에서 정합성 측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518 진상규명법·포항지진법·공정거래법·가맹사업법 등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5.18 진상규명법의 경우 관련 범죄 혐의를 검찰총장에게 고발하도록 돼 있고, 검찰총장은 이를 검사로 하여금 수사하도록 지휘하게끔 규정돼 있는데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검사의 수사권한을 잃게 되고,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 등으로 관련자들의 피해 구제가 제대로 되기 어렵다는 것이 법제처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 간사는 "특히 주목할 것은 국제 형사사법 공조법과 범죄인인도법은 법무부 장관과 검사를 국제형사사법체계에서 수사의 주제자로 규정하고 있고, 최소 50여개국과 맺은 여러 형사사법 공조 관련 조약과 한미행정협정역시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체결돼 있다"면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국제형사사법상의 공조가 혼란과 차질을 빚어 그 피해가 국내를 넘어서 외교관계로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간사는 법제처의 해석과 관련해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면서 "검수완박법안 통과가 다음 정부로 넘어올 경우에는 (당선인이)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특별법에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검사의 수사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소속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발의했다. 
 
이에 앞서 사보임을 통해 자당 출신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사위에 배치했다. 특정 법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안건조정위원회를 가동하는데 결국 양 의원의 합류로 안건조정위 구성이 민주당 3명, 국민의힘 3명, 민주당을 따르는 무소속 1명으로 채워졌다. 검수완박 법안의 법사위 통과를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양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하면서 국민의힘 측이 유리하게 되자 전날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의원 자격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하게 됐다. 민주당은 민 의원의 개인적 희생과 결단이라고 치켜세웠지만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조응천·박용진·이소영 의원 등이 편법 강행은 옳지 않다며 '검수완박 당론'에 반발하고 나섰다.
 
21대 총선이 실시된 2020년 4월15일 오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민형배 광주 광산구을 후보가 21대 국회의원 선거 방송사 출구조사를 보며 엄지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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