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없다…지방선거·검수완박·인사청문 정국서 실종

문재인정부 입각 여부 결정했던 데스노트 어디로?
20대 대선서 심상정 내놓고도 완패…당 지지율도 바박
계급성·대중성 갖춘 간판스타의 부재…지방선거마저 참패 우려

입력 : 2022-04-25 오후 3:27:05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의당이 20대 대선 패배 이후 여전히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실상 내각 입성 여부를 결정했던 '데스노트'는 과거 전설이 됐으며, 국회를 극한대치로 이끌고 있는 이른바 '검수완박' 정국에서도 정의당의 존재감은 제로에 가깝다. 무엇보다 노회찬·심상정 쌍두마차 이후로 이렇다 할 대중성 있는 진보 정치인을 배출해 내지 못한 점이 뼈아픈 대목으로 다가온다. 투쟁성과 대중성은 잃은 채 편향성만 남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인사청문회와 검수완박을 놓고 한 치 물러섬 없는 대치 전선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정의당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의 주목도가 덜하다지만, 주목을 끌 결정적 한 방이나 대안도 없는 게 사실. 나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을 데스노트에 적고,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에 대해서는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판을 뒤흔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혼선만 빚어졌다. 당 지도부와 다르게 강은미 의원은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에 힘을 실었다. 
 
정의당의 어려운 사정은 당 지지율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전 대표가 2.37%의 저조한 득표율을 받은 이후 당 지지율은 3% 이내의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19~20일)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2.9%였다. 최근 한 달을 보면 2.9%에서 3.0%를 오가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40%대 중반을 기록한 점과 비교해보면 상당한 격차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의당이 별다른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데에는 결국 대중성의 부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영길, 강기갑, 노회찬, 심상정으로 이어지는 당의 간판스타를 키우지 못한 것이 현재 당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페미니즘에 치우치면서 정의당 특유의 계급투쟁 정신과 함께 대중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당을 대표했던 이들은 계급성과 함께 대중성을 동시에 겸비, 소수 정당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정의당의 길을 가야 한다'며 독자노선에만 매몰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평가를 받은 이후, 정의당은 민주당과의 차별화에만 주목했다. 민주당이 못하는 약자와 취약계층, 노동자 등에 집중하지 않고 완전한 차별화만 꾀한 결과 진보와 보수, 모두로부터 공격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때문에 '심상정'이라는 간판스타를 똑같이 내놓고도 19대 대선과 비교해 20대 대선에서는 처참히 무너졌다. 이는 곧 지방선거 참패론으로 연결된다. 유권자들이 정당투표마저 정의당을 외면할 경우 대처할 길이 없다.  
 
이에 대해 김두수 시대정신 연구소 대표는 "이번에 소위 검수완박 정국에서 정의당이 민주당 편에 안 섰다"며 "정의당이 갖고 있는 2020년 총선부터의 고립을 그대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당이 그동안 민주당과 같이 진보진영 블록을 형성했다가 독자적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럼에도 정의당이 자력으로 무엇을 해보기는 어렵고, 여전히 혼돈 상태에 머무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이 이번에 민주당과 공조해서 지방선거법을 바꾸고 검찰개혁법을 협상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도 정의당은 비슷한 딜레마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정의당이 후보를 확정한 곳은 인천과 부산, 경남이다. 인천시장 선거에는 이정미 전 대표가 도전장을 냈고, 경남지사 선거에는 여영국 대표가, 부산시장 선거에는 김영진 부산시당위원장이 출마한다. 이 가운데 인천시장 선거의 경우, 전체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하는 격전지 중 한 곳으로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다.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민주당 소속의 박남춘 현 시장과 이정미 전 대표의 단일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전 정의당 대표가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인천시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20대 대선에 임했던 당의 기조를 감안하면 정의당이 단일화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최악의 경우 민주당이 아예 단일화 또는 연대 대상에서 정의당을 원천 배제할 경우 정의당은 실익도 챙길 수 없게 된다. 노동 1번지 경남 창원 등을 비롯해 민주당과 정의당이 갈라설 경우 그 수혜는 국민의힘에게 돌아갈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했던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 계속해서 요구되는 이유다. 
 
정의당은 일단 풀뿌리 재건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에 나가는 후보들도 있지만 (당의)거의 대부분은 기초의원 후보이기 때문에, 우리당의 강점인 지역에서 정책으로 승부를 걸겠다"며 "후보들에게 정책 지원을 하고, 그것을 통해 다수의 기초의원들을 당선시키는 게 저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당의 유력 정치인 이정미 전 대표와 여영국 대표도 출마한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정의당의 존재감도 좀 높일 수 있을 것이고, 현재 상황에서 당의 힘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기초의원 당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주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