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기업 실적 성장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지면서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가 높아진 가운데 중국 락다운(봉쇄령) 소식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기대 이하 실적 소식이 시장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단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추가 급락이 올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하면서도 당분간 지지부진한 박스권 시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금 비중을 높이는 투자 전략을 유지하라는 조언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29.25포인트(1.10%) 내린 2639.0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장중 2% 가까이 빠지기도 했으나, 코로나 봉쇄 조치 우려가 컸던 중국 증시가 기대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낙폭을 축소했다. 투자자별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787억원, 2401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9070억원을 사들였다.
전날 미국 증시는 중국의 봉쇄 조치 연장,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며 급락했다. 특히 중국 락다운 지속 우려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확대시키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77%까지 하락했다. 이에 테슬라(-12.2%), 애플(-3.7%) 등 대형 성장주 중심으로 매물이 빠지며 나스닥이 4% 급락했으며 S&P500지수와 다우지수도 2%대 빠졌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예상보다 긴축 속도가 빠를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봉쇄 조치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 이슈가 시장 불확실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우선 세계 공장의 역할을 하는 중국의 봉쇄조치 문제가 증시에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며 "지난 2020년 3월 팬데믹 때도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봉쇄 조치가 이어졌을 때 공급망 이슈로 증시가 많이 빠졌는데, 안 그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망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시장에서 선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불가리-폴란드 간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박스권에 갇혀있던 글로벌 지수가 이달 가파르게 하락곡선을 그리며 약세장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달 S&P500 지수는 7.8% 밀렸으며 나스닥 지수는 12.2%, 다우지수는 4.2% 하락했다. 코스피도 4.3% 빠졌다. 모건스탠리는 전날 보고서에서 S&P500 지수가 약세장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희권 메리츠증권 광화문지점장은 "큰 경기 사이클 속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동성 장세, 실적 장세를 지나 올해 역금융장세(유동성 회수)에 진입하고 있다"며 "역금융장세는 기업들 실적은 꺾이지 않는데 돈을 회수하기 때문에 주식뿐만 아니라 자산가격 자체가 절하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가 올라도 성장주들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면 괜찮지만 최근 팬데믹 수혜를 봤던 빅테크 종목들의 하락이 시장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지금은 방어적으로 현금 비중을 가져가고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광남 연구원 역시 "5월 FOMC 회의가 있는데 공급망 이슈, 에너지 문제 등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기업 이익이 더 견조해지거나, 중국 락다운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