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가 후유증을 앓는 이른바 '롱코비드(Long COVID)' 환자에게도 효과를 냈다는 해외 사례가 보고됐다. 국내 의료계에선 효과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롱코비드 대응책 활용 문제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로이터 통신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장기간 코로나19 후유증을 앓던 여성 2명이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뒤 증상에서 벗어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47세 여성은 지난해 여름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피로감, 머리가 멍한 느낌, 불면증, 몸살 등의 후유증을 겪었다. 이 여성은 첫 번째 감염 후 6개월 만에 재감염돼 급성 증상을 앓았으나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아 복용하자 3일 뒤 회복했다.
또 다른 사례는 4개월간 만성 피로, 두통, 수면장애 등의 후유증을 앓은 여성이다. 앞선 환자와 달리 이 여성은 지난해 12월 감염된 이후 롱코비드 증상만 느꼈으며 재감염 없이 신속항원검사에서 계속 양성 결과를 보였다. 팍스로비드를 복용하자 증상은 5일 만에 사라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을 12세 이상 기저질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서 팍스로비드를 취재진에게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증상이 나타난 지 5일 이내에 복용하는 경구용 치료제다. 체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감염 초기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롱코비드 환자의 상태가 팍스로비드 복용으로 나아졌다는 것은 코로나19 감염 이후 바이러스가 몸 안에서 오랜 시간 머무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증식 과정을 거쳐 길게는 2주까지 생존하다가 사멸한다는 일반적인 견해와 다른 셈이다.
팍스로비드가 롱코비드 환자에게도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지 확인하려면 별도 임상시험 등 연구를 거쳐야 한다. 개발사인 화이자는 팍스로비드의 롱코비드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국내 의료진들은 팍스로비드의 롱코비드 치료 효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의외로 몸 속에서 오래 살아남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면 바이러스를 확실하게 줄여 롱코비드 증상이 없어졌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흥미로운 결과"라며 "(대상자가 너무 적어) 학술적 가치는 없지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접근할 가치는 있다"라고 평가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후유증 환자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재감염된 뒤 팍스로비드를 복용했을 때 증상이 없어지는 사례가 나온 것"이라며 "이론적으로 바이러스가 몸에 남아 롱코비드 증상이 생길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팍스로비드 등 항바이러스제를 롱코비드 치료옵션으로 공식화하는 문제에선 찬반이 갈리는 모양새다. 최근 연이어 개소되는 코로나19 후유증 센터에서 단순 증상 완화만 가능해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가격이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은미 교수는 "앞으로 롱코비드 치료에 항바이러스제가 투여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라며 "선제적으로 많이 구입해야 롱코비드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반면 정기석 교수는 "(팍스로비드의 롱코비드 치료 효과 내용이) 아주 터무니없는 보도는 아니라고 본다"라면서도 "팍스로비드처럼 비싼 약을 롱코비드 치료에 사용하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밝혔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