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국내 전자업체들이 'RE100'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RE100은 '재생에너지 100%'의 약자로 글로벌 비영리단체 기후그룹과 글로벌 환경 경영 인증기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가 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로 추진하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발족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이르면 제20대 대통령 취임일인 오는 10일 RE100 가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원자력 발전에 친화적인 입장을 내비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까지 포함하는 그룹 차원의 발표가 될 것"이라며 "삼성그룹이 새로운 정권의 시작에 발맞춰 RE100을 포함한 기후 변화 대응 목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삼성전자는 ESG 경영을 중시하는 글로벌 금융회사·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재생에너지 관련 계획을 밝히란 압력을 받아 왔다.
삼성전자 보유 지분 4위인 글로벌 투자사 블랙록은 지난달 투자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원칙)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녹색 전략에 관한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고, 삼성전자 이사회가 기후 위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015760)공사 국정감사에서도 삼성전자의 RE100 미가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태양광 발전 시설. (사진=RE100)
이미 SK하이닉스는 2020년 11월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 7곳과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우시, 충칭 사업장은 연내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달성할 방침이다. 또 2030년까지 전 사업장 사용 전력의 33%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전사 재생에너지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녹색프리미엄에 가입하고,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과 운영을 통해 전환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와 함께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과 제도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에도 선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RE100 로드맵을 설정해 왔다. 지난해 7월 열린 이사회에서는 RE100 가입이 부결됐으나, 이와 별개로 같은 달 단계적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LG전자는 북미 법인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해외 모든 생산 법인을 재생에너지 100%로 달성할 계획이다. 국내 사업장은 2025년까지 5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30년 60%, 2040년 90%, 2050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RE100을 완성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2050년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위해 사업장에 총 6.7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도입하고 있으며, 고효율 태양광 패널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발전과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또 재생에너지 구매를 위한 녹색요금제, REC(Renewable Energy Credit) 구매, 제3자 PPA(Power Purchase Agreement) 등 적용 가능한 옵션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이러한 국내 전자업체들의 노력은 차기 정부의 ESG 관련 추진 과제와도 맥을 같이한다. 새 정부는 ESG위원회를 발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달 29일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등 민관 대표들이 모여 ESG 관련 인수위원회 추진 과제를 제시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를 만들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RE100에는 지난달 29일 기준 전 세계 369개 업체가 가입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이름을 올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기·전자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2018년 기준 연간 970만톤이다. 이는 국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1.3%, 산업 부문 배출량의 3.7%에 해당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