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충돌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전관예우 등 한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들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고, 국민의힘은 "법적으로 문제 없다"며 엄호했다. 앞서 지난달 25일과 26일 예정됐던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민주당과 정의당의 보이콧으로 파행되며 가까스로 2일과 3일 열리게 됐다. 노무현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였던 한 후보자가 윤석열정부 초대 총리로 지명되면서 피아가 바뀌었다.
한 후보자는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앤장·임대수익·배우자' 논란에 대해 "나랑 상관 없는 일"이라며 "특혜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 후보자는 여전히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하지 않아 '핵심자료'로 지목됐던 국세청 자료 등을 확인할 수 없었고, '자료 제출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민주당과 정의당의 빈축을 샀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남들은 공직에서 김앤장으로 가는 회전문 반 바퀴도 돌기 어려운데, 한 후보자는 두 번을 돌려 한다"며 공직과 김앤장을 오갔던 그간의 행적을 꼬집었다. 김 의원은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회전문이 돌아가는 바퀴 수가 많아진다"며 "한 후보자는 군계일학"이라고 비꼬았다. 또 20억가량의 고액 고문료에 대해서는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 역시 "한 후보자는 총리 경력을 바탕으로 김앤장에 들어가서 고문이라는 직책을 달고 그 대가로 다수의 국민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2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며 "공직생활로 쌓은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로펌 고객에게 자문하고 고액의 보수를 받았던 분이 다시 공직으로 돌아오는 것은 심각한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 과연 공정과 상식에 맞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는 “김앤장에 간 목적은 이제까지 해외 투자 유치하고 경제 설명하고 공공외교하던 것에서 다르지 않다”며 "거기서 하는 일이 전체적인 공공적인 요소와 크게 배치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어 "제 자신의 행동이 그러한 특정 케이스에 관여가 됐거나 이런 것들이 한 건도 없었다"며 "또 그걸 위해서 제가 공무원들한테 단 한 건도 전화를 하거나 부탁을 한 바가 없기 때문에 이런 전관예우 문제라든지 이해충돌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인식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은 한 후보자가 인사청문위원인 자신에게 18차례나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며 "이렇게 전화통화, 좋게 얘기하면 소통에 적극적인 분이 수십년 동안 어울렸던 친밀한 후배들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는 것을 저는 참 믿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김회재 위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신문로 소재 단독주택에 대해 외국 기업에 고액의 선입금 월세를 줬는데 그 부분에 대한 공직자로서의 대가성 문제라든지 이해충돌 문제가 국민적 의혹으로 떠올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 후보자가 1989부터 1999년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단독주택을 미국의 통신기업 에이티앤티(AT&T)와 모빌 자회사인 모빌오일코리아에 임대해 6억2000만원의 소득을 올린 것과 관련해 특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 의원은 "90년도에 사무관 10호봉 사무관 월급이 48만원이었다. 한 후보자가 이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3년 동안 3억원 월세를 받았는데, 한달 월세가 800만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절대로 그 기업들에 대한 특혜나 관련이나 또 그 회사의 책임자들을 만난 적이 없다"면서 "중개소를 통해 세를 낸 것과 공무와 관련해 어떤 특혜를 주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얘기다. 얼마나 터무니없고 황당한지 이미 설명드렸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주택을 빌린 업체에 특혜를 줬다면 저는 이미 해고됐거나 감옥에 갔을 것"이라며 "그에 대한 소명은 철저하게 종합소득으로서 다 세금을 낸 것으로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이 한 후보자의 배우자인 최아영 화가가 '남편 찬스'로 전시회를 열거나 그림을 팔았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만약 제 덕을 보려고 했다면 제가 공직에 있을 때 전시회를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집사람은 제가 공직에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전시회를 열지 않았다. 이런 오해를 받을까 봐 안 한 것”이라며 "제가 공직을 떠난 다음에 2012년에 한 번, 작년에 한 번 한 게 전부"라고 답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현 정부 인사들을 사례로 빗대며 한 후보자 엄호에 나섰다. 김미애 의원은 "문재인정부에서도 김오수 검찰총장, 신현수 전 민정수석, 김진욱 공수처장,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 등 면면을 살펴보면 회전문 인사가 있었다"며 "김진욱 공수처장도 판사로 있다가 김앤장으로 갔다가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있다가 지금 공수처장에 이르렀고,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문광부 차관에 있다가 CJ E&M 사외이사로 있다가 다시 문체부 장관으로 복귀했다"고 지적했다.
전주혜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국무총리 사례까지 꺼내들었다. 전 의원은 "이낙연 당시 후보자의 배우자는 위장전입을 했고 정세균 후보자는 논문표절을 스스로 인정했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 역시 자녀들의 4차례에 걸친 위장전입을 인정한 바 있다"고 응수했다. 또 "후보자 청문회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문제가 됐다면 그때 임명됐으면 안 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다시 문제 삼는 건 일사부재리”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는 노무현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바 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