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우리은행 횡령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지만, 금감원 직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검사 만으로 이런 범죄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은보 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국내은행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 횡령 사태에 대해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금감원도 책임이 있을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사태와 관련해 금융권에선 우리은행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적절하게 작동했는지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많다. 다만 이와 별개로 금융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감원에 대한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이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2012년~2018년 총 11차례의 종합·부문검사를 실시했지만 범죄 혐의를 찾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횡령의 어떠한 사전 징후나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사의 세부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항변도 나온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무작위로 족집게처럼 금융사의 부실을 집어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란 것이 사전에 포착된 정보를 갖고 사고 가능성이 있는 곳을 들여다 보는 것인데, 이번 경우처럼 아무런 징후도 없다가 갑자기 사고가 터지면 금감원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우리은행 횡령 기간 당시 진행됐던 종합·부문검사에 대해서도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종합검사의 경우 금융사의 시스템부터 접근해 큰 틀에서 들여다 보기 때문에 금융사의 모든 개별 행위를 검사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검사 실무자들의 전언이다.
부문검사의 경우에도 금융사 특정 부분에서 민원이 많거나 갑작스럽게 없던 거래가 생기는 등의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검사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번 우리은행 사태에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다 보니 애초에 사전 적발이 어려웠다는 게 실무자들의 설명이다.
일단 금감원은 현재 우리은행 횡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검사 인력을 추가로 보강한 데 이어 사실관계 규명에 경찰과 협력해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타은행들에 대해서도 우리은행과 비슷한 금융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내부점검을 주문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횡령 사건의 실체를 의혹 없이 밝히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경찰 수사 결과 등을 종합해 관련자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국내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