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5년)"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원팀' 압박에 비판·자성 실종

청와대 이끈 팬덤, 폐쇄 문화로 변질…당내 쓴소리 '적폐'로 낙인

입력 : 2022-05-09 오전 6:00:20
문재인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17년 5월9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광화문인사에서 지지자들 연호에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문재인정부의 실패는 강성 지지층만 득세하는 '패거리 문화'에 기인한다. 비판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그들만의 성역화 문화가 여권에 확립되면서 민심과 멀어졌다. '원팀'이라는 미명 아래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기를 강요했고, 이는 견제와 비판의 실종을 불러와 결국 자정기능을 상실케 했다. 용기를 내 쓴소리를 해도 무수한 공격이 되돌아오면서 모두가 두려움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초기 여권 내에 유행했던 말은 다름 아닌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였다. 강한 응원과 지지의 표현이었지만, 이는 명백히 3권 분립에 위배되는 위험천만한 응원이었다. '문팬'이 늘어났고 이들의 목소리는 커졌으며, 문 대통령의 애칭 '이니'와 상품을 뜻하는 '굿즈'가 합쳐진 '이니굿즈'는 동이 났다. 이 같은 팬덤은 문 대통령을 감히 비판할 수 없는 성역화의 존재로 끌어올렸다. 
 
사전에 견제할 수 있는 기회도 여럿 있었다. 대선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이 지지층의 지나친 팬덤정치를 지적하자 문 대통령은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양념 같은 것"으로 치부해 버렸다. 이는 강성 지지층에게 날개와도 같았다. 급기야 경쟁하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사람을 질리게 한다"며 치를 떨어야 했다. 반대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은 강대강으로 맞붙었다. 서로가 서로를 헐뜯었다. 적보다 더했다. 
 
지난 2019년 5월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 기념 굿즈 런칭 행사'에서 기념품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판을 비난으로 해석하며 적폐의 싹부터 잘라버리겠다는 강성 문화가 문 대통령 집권 초중반 여권을 휘감으면서 당내에서 비판은 아예 실종됐다. 혹여 실수라도 비판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하면 문자폭탄과 전화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적폐로 내몰린 이들은 부득이 해명과 사과로 마무리해야 했다. 비판 없이 옹호만 가득한 극단적인 조직 문화에서 피아는 그렇게 구분됐다.
 
대표적으로 금태섭·표창원 전 의원과 박용진·조응천 의원 등은 쓴소리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특히 이 같은 쓴소리가 문재인정부에 민심이 등을 돌린 조국 사태였다는 점에서 뼈아프기만 하다. 이를 지켜본 동료 의원들은 "친문에 찍히면 죽는다"는 하소연만 할 뿐, 독립적 헌법기관이자 동료로서 용기는 내지 못했다. 민심에 비친 민주당은 금태섭, 표창원, 박용진, 조응천마저 끌어안지 못하는 극단적 폐쇄 집단이었고, 그 뒤에 정점인 문 대통령이 있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가 지난 2017년 5월9일 밤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대국민 인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문 대통령을 청와대로 이끈 극성 지지층들로 인해 처음부터 내부 비판에 대해 귀를 닫아버렸다"며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옳은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결국 정부와 민주당 내 주류로 활동 중인 운동권으로부터 모든 문제가 파생한다"며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 등도 결국 당내 운동권 문제와 결을 같이 한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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