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5년)여성 '유리천장' 여전…젠더폭력은 '긍정평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 ‘최하위’ 못 벗어나”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안 제정 등 과거보다 발전”
성범죄 피해자 중심 대처 방안, 여전히 미흡 평가도

입력 : 2022-05-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2월, 여성을 위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언했다. 성평등이 인권의 핵심 가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노동시장 성차별을 여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국제 사회에서는 한국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차별받는 점이 꾸준히 지적받고 있고, 국내 지표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10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유리천장 지수는 각 나라의 성별 임금 격차,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기업 내 여성 관리직 및 임원 비율,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 10개 항목의 나라별 현황을 종합해 산출한 지수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13년부터 유리천장지수를 매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발표 이후부터 문재인 정부 막바지에 이른 지금까지 매년 하위권이다. 가장 문제 되는 부분은 ‘성별 임금 격차’다. 지난 2021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OECD 국가 평균 성별 임금 격차가 13.5%인데 반해 한국은 이보다 2배 이상 큰 31.5%였다. 한국 다음으로 성별 임금 격차가 큰 나라들인 이스라엘(22.7%), 일본(22.5%)에 비해서도 한국이 9%포인트가량 높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6일 "육아기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을 보여주는 'M자' 곡선이 완만해지고는 있지만,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비 여성·남성 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높아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지표에서도 임금 격차 문제는 드러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월평균 급여액은 2018년 여성 208만7000원, 남성 313만5000원, 2019년 여성 219만7000원, 남성 324만1000원, 2020년 여성 223만9000원, 남성 330만6000원이었다. 임금 격차 비율은 각각 66.6%, 67.6%, 67.7%인데 이는 남성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은 67만원~68만 가량을 임금으로 받는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2017년 남성 100만원 임금 대비 여성이 63만원~65만 가량을 받았던 것과 비교했을 때, 약3~4만 가량 오른 것으로 개선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같이 임금 격차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원인으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여성이 결혼과 임신·출산·육아에 진입하면서 직장에 다니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실제 남녀 임금 격차는 30대를 기점으로 크게 벌어지고 있다. 올해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20대 남녀의 소득 차이는 20만원이지만, 30대 66만원, 40대 154만원, 50대 197만원으로 조사됐다.
 
다만 남녀 임금 격차는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로, 문 정부 5년만에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문 정부 들어 성평등 임금 공시제가 시행되고, 여성경제활동촉진법이 내달부터 시행되는 등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성이 직장에서 관리직이나 임원이 되기 어려운 환경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중간관리자 비율은 15.6%로 OECD 국가 29개국 중 28위였다. 상장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8.7%로 꼴찌를 기록했다.
 
'세계 여성의 날' 114주년인 지난3월8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세계 여성의날 정신 계승 성평등 운동회에서 민주노총과 산하 여성단체 등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나마 문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수와 비율은 이전보다 개선된 모양새다.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여성 임원은 2018년 621명, 2019년 757명, 2020년 819명, 2021년 805명이다. 여성 임원 비율은 전체의 각각 17.4%, 20.7%, 22.0%, 21.5%였다. 여전히 여성이 임원으로 오르는 비율은 낮지만,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문 정부 내내 여성 임원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392명(11.3%), 2017년 402명(11.7%)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100대 국정과제 중 젠더폭력방지와 관련한 대책 마련에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2018년 여성폭력방지 기본법 제정, 2020년 정부 합동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발표, 2021년 디지털 성범죄·성폭력 범죄 대응 정책 총괄부서 신설, 2021년 ‘스토킹처벌법’ 제정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경범죄로 취급받던 스토킹이 범죄로 명문화됐고, 아동과 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유인·권유하는 그루밍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이 통과됐다. 피해자 보호가 한층 두터워진 것이다
 
김영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문 정부 들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피해자 구조와 예방책들이 구체화 됐다”며 “성폭력에서도 교육을 통한 성 인지 감수성이 꽤 많이 높아졌고, 스토킹 처벌법 제정으로 피해자들이 법에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호평했다.
 
반면 여전히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있다며 법안의 미흡한 지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아직 가해자 적극적 제재와 책임을 묻는 지점은 미흡하다”며 “여전히 비동의 간음죄가 신설되지 않는 등 과거 정권과 비교해 여성 범죄에 관해 문재인 정부에서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5주기인 지난 2021년 5월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출구 추모공간 앞에서 시민들이 작성한 추모 메시지가 부착돼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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