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해 국내 1000대 기업의 매출 규모가 처음으로 1700조원을 넘었다. 전체 매출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는 20년째 1위를 유지했다.
12일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1996년~2021년 사이 국내 1000대 상장사 매출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00대 상장사의 매출액 규모는 개별 또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1734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금액이다. 2020년 1489조원과 비교해 245조원(16.4%)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기업 1000곳 중 801곳은 2020년보다 2021년 기준 매출 외형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내 대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매출 체격이 커지는 특수를 누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1000대 기업의 매출액은 2018년(1537조원)과 2019년(1508조원)에는 1500조원대에 진입했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2020년(1489조원)에는 다시 1400조원대로 내려갔다. 이후 지난해 매출 외형은 1700조원대로 올랐다.
국내 1000대 기업 매출 변동 현황. (자료=한국CXO연구소)
삼성전자, 2002년부터 선두…전체 11.5% 차지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199조7447억원(연결 기준 279조원)의 매출을 달성해 2002년부터 1위에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11.2%에서 지난해 11.5%로 0.3%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1996년 당시만 해도 매출액 15조8745억원으로
삼성물산(028260)과 현대종합상사에 이어 매출 3위를 기록했다. 이후 2002년부터 현재까지 선두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2년 당시 매출액이 39조8131억원으로 40조원에도 못 미쳤지만, 2010년 112조원을 기록해 100조원 시대에 진입했다.
연구소는 "삼성전자의 20년 연속 매출 1위는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 인재 영입,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란 삼각 편대를 계속 이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글로벌 거대 기업이 우리나라에 본사 소재지를 옮기거나 반도체 사업 등을 능가할 만한 신사업이 등장하는 경우, 삼성전자가 사업 영역별로 회사를 분할하는 경우 등의 특별한 이슈가 나오지 않는 당분간은 국내 경영 여건에서 삼성전자의 매출을 앞설 수 있는 토종 기업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기업도 역대 가장 많은 230여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로 많았던 2019년의 209곳보다 20곳이나 증가한 수치다.
크래프톤, 매출 1조 클럽 가입…흡수합병 영향
이 중 크래프톤은 연결 기준으로는 이미 2018년부터 매출 1조 원대에 진입했지만, 별도 기준으로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크래프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0년 매출액 954억원(1048위)에서 2021년 1조8283억원(140위)으로 급상승했다.
크래프톤의 1년 새 매출 증가율은 1815%로 조사 대상 1000대 기업 중 가장 높았다. 다만 이러한 매출 증가는 여러 회사를 흡수합병한 영향이 작용해 매출 1조 클럽에 최초로 가입한 의미는 다소 반감됐다. 연결 기준 매출로 보면 크래프톤은 2020년 1조6704억원에서 지난해 1조8863억원으로 12.9% 정도 늘었다.
크래프톤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지난해 8월2일 오후 서울시내 한 증권사 창구를 찾은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기술투자(041190)도 2020년 436억원(1500위)에서 지난해 8118억원(266위)으로 1760%나 매출이 올랐다. 이는 벤처캐피탈업체인 우리기술투자가 지난 2015년부터 보유한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분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평가 이익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해운업체인
HMM(011200)은 2020년 6조2239억원에서 지난해 13조6645억원의 매출액으로 10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HMM과 동종 업계에 있는
팬오션(028670)도 2020년 2조1028억원에서 지난해 4조492억원으로 매출 증가율이 90%를 상회했다.
오일선 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란 상황에서 호텔(Hotel), 공연과 교육(Entertainment & Education), 중저가 항공(Air), 음식점과 여가(Restaurant & Recreation), 여행(Travel) 업종 등 이른바 '심장(HEART)' 산업에 포함된 중소업체들은 매출 실적이 대체로 저조했지만, 전자와 반도체, 해운, 석유화학, 철강 등 대기업이 다수 진출한 업체들은 회사 외형이 오히려 커져 업종 간 매출 양극화가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는 코로나 상황에서 비교적 큰 타격을 받은 심장 산업에 있는 업체들이 산업 생태계가 다시 복원·활성화활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