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용윤신·김현주 기자] 정부가 국채 발행 없이 59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추경의 근간이 되는 초과 세수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불과 4개월 전인 1차 추경 편성 당시만 해도 돈이 없다고 밝힌 기재부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곧바로 50조원이 넘는 막대한 초과 세수를 활용해 추경 편성에 나서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초과 세수 논란에 기재부의 세수 추계 시스템이 마비됐거나 그렇지 않다면 의도적으로 정권 교체기에 맞춰 세수 시점을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의적인 과소 추계일 경우 청문회를 여는 등 징계 수준을 넘은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12일 59조4000억원 규모의 '2022년 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이번 추경은 △소상공인에 대한 온전한 손실보상 26조3000억원 △방역 보강 및 향후 일반 의료체계 전환 지원 6조1000억원 △고물가·산불 등에 따른 민생안정 지원 3조1000억원 △하반기 코로나 재유행 등에 대비한 예비비 보강 1조원 △초과세수에 따른 법정 지방이전지출 23조원으로 구성된다.
기재부는 별도의 국채 발행 없이 59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추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고물가·고금리 등 거시 경제 여건과 연계해 인플레이션 압력, 금리 파급 효과 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경을 편성했다고 부연했다.
기재부가 설명한 추경 재원조달 구조를 보면 세계잉여금, 한은잉여금, 기금여유자금 등 가용재원 8조1000억원, 지출구조조정 7조원, 초과 세수 44조3000억원으로 구성된다. 초과세수의 경우 원래 53조3000억원이지만 9조원은 국채 축소에 쓰일 전망이다.
이번 추경을 두고 술렁이는 대목은 국채 발행은 없을지 몰라도 50조원 규모 이상의 초과 세수가 활용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12일 국채 발행 없이 약 59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추경의 근간이 되는 초과 세수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료는 세목별 2022년 예산 대비 증감 표. (제작=뉴스토마토)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세입전망은 396조6000억원으로 본예산(343조4000억원) 대비 53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오차율은 15.5%에 달한다. 법인세, 근로소득세 등이 증가하면서 세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 선거 직전인 올해 2월 1차 추경 당시 기재부는 돈이 없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며 제동을 거는 입장이었다. 이에 민주당과 정부는 추경 규모를 17조원으로 줄이고 국채 11조원 정도를 발행했다.
하지만 불과 석 달 만에 초과 세수가 50조원 넘게 발생한 것이다. 초과 세수가 본예산의 10%를 넘어서는 것은 기재부의 세수 추계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해 국세수입은 당초 기재부가 편성한 본예산 전망치보다 61조4000억원 더 걷히며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오차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이례적으로 세수 추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추계 모형을 재설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수 추계 관련 정치권의 비판에 책임 부서인 세제실 과장급 11명을 교체하기도 했다.
이번 추계가 기재부의 실수가 아니라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권력 교체기에 새 정부에 맞춰 세수를 의도적으로 조절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서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해 61조원, 올해 53조원 등 2년에 걸쳐 100조원이 넘는 추가 세수가 발생했다"며 "문재인 정부 초창기 2년 간 매년 20조원씩 추가 세수가 발생해서 과소 추계 논란이 있었는데 이는 2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기재부가 엄청 무능하거나 아니면 매우 의도적인 과소 추계, 세수 추계를 실시해왔다는 의미다. 무능도 문제지만 만약 의도적인 과소 추계라면 기재부의 관련 공무원에 대해서는 징계 수준을 넘어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여야를 떠나, 앞으로 재정 운영 관점에서 보면 청문회를 통해서라도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추궁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인포그래픽. (자료=기획재정부)
김충범·용윤신·김현주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