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국 조선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중국과 비슷하지만 업계는 표정이 밝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뚜렷해 고부가가치 선박과 소형 컨테이너선 등으로 시장이 나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두 척을 총 5913억원(척당 2억3070만 달러)에 수주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전날에는 8600억원 규모 LNG 운반선 세 척을 수주해 이틀간 1조4500억원 실적을 냈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 88억 달러의 38%를 달성했다. 누계 수주 실적은 LNG 운반선 10척에 컨테이너선 9척이다.
삼성중공업은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두 척을 총 5913억원(척당 2억3070만 달러)에 수주했다고 18일 공시했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의 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한국조선해양(0095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도 각각 올해 수주 목표의 64.1%와 51.8%를 달성했는데 주력인 LNG선 수주가 많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95척을 수주했는데 LNG 선박이 17척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선박 18척이 모두 LNG 추진선이다.
한국은 전세계 수주 발주량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과는 0.1% 포인트 차이로 비슷하다. 클락슨 리서치는 올해 1월~4월 누계 수주량 기준 한국이 581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45.9%, 중국은 580만 CGT로 45.8%라고 집계했다.
CGT 숫자를 보면 양국의 수주 규모가 비슷하지만 질적인 차이가 크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선박의 크기를 재는 톤(t)은 주로 다섯 가지가 쓰인다. 그 중 하나가 CGT다. CGT는 설비 능력과 선가 등 기존 총톤수(GT)가 나타내지 못한 내용을 상대적 지수표지인 CGT계수를 사용해 구한 값이다. 쉽게 말해 어려운 공정으로 만든 첨단 선박일수록 CGT가 높다.
CGT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박의 종류와 선형이 복잡해져 질적인 척도를 표시할 수단이 필요해져 도입됐다. 국제 회의를 거쳐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서 국제 협약이 발효됐고 1984년부터 CGT가 쓰였다. 이후 산정 방식을 세부적으로 바꿔왔다.
이 때문에 한국 581만 CGT와 중국의 580만 CGT는 의미가 다르다. 선박 수로 보면 한국은 120척인 반면 중국은 197척인데 그만큼 선박의 가치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의미다. 증감도 뚜렷하다. 한국은 CGT가 전년 동기 대비 11%포인트 오른 반면 중국은 2%포인트 줄었다.
세계적 탄소 규제 영향으로 대형 LNG선 수요는 늘고 있다. 지난해 1월~4월 누계 발주량은 대형 LNG선(14만m³ 이상)이 7척이었는데 올해는 47척으로 580% 늘었다. 반면 벌크선 수주는 같은 기간 39척에서 6척으로 85% 떨어졌다.
척당 수주단가 차이도 크다. 4월 한국의 척당 수주단가는 1억4300만 달러로 중국의 8600만 달러보다 66% 높다. 한국은 LNG 운반선과 8000TEU(컨테이너 8000개 규모)급 중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반면 중국은 1800TEU 소형 컨테이너선과 PCC(자동차운반선), 소형 벌크(건화물)선, 화학제품 운반선 등이 주력이기 때문이다.
선가도 상승세다. 클락슨에 따르면 17만4000㎥급 LNG 운반선의 신조선가는 2020년말 1억8600만 달러에서 지난달 말 기준 약 20% 오른 2억2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단순 시장 점유율만 가지고 중국이 뒤쫓아왔다고 볼 수 없다”며 “한국이 LNG선 등 고부가가치선박을 주로 수주하는 반면 중국은 낮은 인건비 기반으로 소형 벌크선 등 상대적으로 만들기 쉬운 배를 건조하는 등 시장이 양분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수주에 대해 "현재 LNG운반선 시장은 전세계 LNG 생산량 증가와 IMO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교체 수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인한 LNG 해상 물동량 확대 기대감 등이 신규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사들의 도크(건조 슬롯)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LNG 운반선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