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동향)녹십자 3세 허은철, 글로벌 진출 드라이브

3월 정기주총서 재신임…연구개발 일선 현장서 경험 축적
면역글로불린 제제 농도 높여 '9조원' 미국 시장 진출 추진

입력 : 2022-05-22 오후 3:00:00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사진=GC녹십자)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허은철 GC녹십자(006280)대표가 3번 재선임되면서 글로벌 진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 자리의 임기는 2년이다.
 
허은철 대표는 2015년 1월1일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2018년과 2020년, 2022년 3월29일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GC녹십자는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허은철 대표 재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GC녹십자 창업주 고(故) 허채경 회장 손자이자 2세 고 허영성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 대표는 1972년생으로 1994년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물화학 석사를 받고 GC녹십자 경영기획실에 입사했다. 2004년 코넬대학교에서 식품공학 박사를 받고, 목암생명공학연구소 기획관리실장으로 연구개발 현장 일선에서 근무했다. 2006년 연구개발(R&D) 기획실 상무이사를 거쳐 2008년 R&D 기획실 전무이사, 2009년 최고기술경영자(CTO), 2013년 기획조정실장을 두루 거쳤다. 2015년 1월 조순태 부회장과 함께 녹십자 공동대표이사에 올랐다. 허은철 대표는 연구개발분야에서 조 부회장은 영업분야에서 역할을 담당했다. 허은철 대표는 조 부회장이 물러난 2016년 3월부터 단독대표를 맡고 있다.
 
허은철 대표는 연구개발 위주로 실무를 익혔다. 2018년에는 연구 개발 역량 확대에 힘쓰기 위해 신약 발굴 전문조직인 연구개발 RED(Research &Early Development)를 출범한 바 있다.
 
허은철 대표 취임 전인 2014년 녹십자의 연구 개발(R&D) 비용은 매출의 9.9%(846억원)에 불과했다. 허은철 대표가 중심을 이룬 뒤 매출의 11% 수준을 R&D에 투입하고 있다.
 
최근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의 내년도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약 574억원 규모의 독감 백신 수주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허은철 대표 취임 첫 해인 지난 2015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경신한 뒤 매년 최대 매출액을 내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녹십자 매출액은 △2015년 1조478억원 △2016년 1조1979억원 △2017년 1조2879억원 △2018년 1조3198억원 △2019년 1조3571억원 △2020년 1조5041억원 △2021년 1조5378억원 등이다.
 
앞서 허은철 대표가 이룬 경영 공과는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의 중국 판매허가 획득이다. GC녹십자는 2021년 8월5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중국이름 녹인지)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다만 공만 있는 건 아니다. 허은철 대표는 앞서 지난 2021년 6월4일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의 조건부 품목허가 신청서를 자진취하했으며 임상3상 개발을 중단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 5월11일 지코비딕주의 조건부 품목허가 신청서를 검토한 결과 해당 임상시험 설계와 목적으로는 치료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품목허가를 거절했다. 이는 치료효과를 확증할 임상결과를 추가 제출할 것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
 
이외에도 허은철 대표는 GC녹십자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혈액제제 부문의 글로벌 진출에 노력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 2015년 면역글로불린 제제 'ALYGLO(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5%)의 미국 허가에 도전한 바 있다.
 
당시 GC녹십자는 서류 미비 등으로 허가에 차질을 빚었다. 현재는 농도를 더 높인 10% 제품으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10%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GC녹십자는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뒤 올해 하반기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GC녹십자가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 혈액제제 매출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면역글로불린시장 규모는 세계 최대 수준으로 약 9조원에 이른다. 면역글로불린제제 가격도 국내보다 4배가량 높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올해 2월 면역글로불린 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 검토완료서한(CRL)을 받았기 때문에 FDA에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이후 실사 과정을 통해 프로세스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GC녹십자는 2020년과 2021년 중국에 희귀질환 치료제, 혈우병 치료제를 허가받은 상태로 가격 정책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허은철 대표는 대표 경영자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GC녹십자는 국내외 처방의약품 실적 성장으로 1분기부터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C녹십자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18억원으로 전년보다 736.0%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169억원으로 전년 대비 47.7% 성장했으며, 세전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24억원, 180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매출도 국내외 처방의약품 실적 성장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다. 특히, 헌터라제는 올 1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두배 이상 커졌고 자체 개발 제품인 다비듀오, 뉴라펙 등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선 허 대표의 이 같은 공과로 인해 승계구도에도 유리한 고점을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허은철·허용준 대표의 지분율은 각각 2.60%와 2.91%로 허 회장 일가 지분율과 차이가 크다. 
 
허일섭 회장이 GC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12.16%)이며 GC녹십자홀딩스는 GC녹십자 지분 50.06%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허 회장 직계 가족이 소유한 GC녹십자홀딩스 지분은 허진성 실장 0.69%, 장녀 허진영 씨 0.27%, 차남 0.64%, 허 회장 부인 최영아 씨 0.33% 등이다. 허 회장을 비롯한 가족의 총 지분율은 14.8%에 달한다.
 
하지만 목암생명과학연구소(8.73%), 목암과학장학재단(2.10%), 미래나눔재단(4.38%) 등이 허은철·허용준 형제에게 유리한 지분으로 평가된다. 허영섭 전 회장이 타계하기 전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 주식을 각각 30만주와 20만주를 연구소와 재단에 기부했기 때문이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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