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의 본업인 자동차를 넘어 '미래 먹거리'로 로보틱스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로봇산업이 될 것이라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5년까지 로보틱스 등에 50억 달러 규모를 미국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바이든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40년 간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미국의 자랑스러운 기업 시민이 됐다"면서 "앞으로는 로보틱스, UAM,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사업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미국 내 관련 기술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고 기술 변화에 민감한 미국 소비 시장을 노려야 한다. 제도적 뒷받침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연방 및 주 정부와의 관계를 긴밀히 이어가야 한다.
정의선 회장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담 모습 (사진=현대차)
특히 최근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사업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18년 로봇 분야를 전담하는 로보틱스팀을 신설했고, 이후 실급 조직으로 격상한 로보틱스랩을 중심으로 로보틱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의 취임 이후 단행한 가장 큰 M&A는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1조원가량 투자해 인수한 것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 기업으로, 오지 주행을 위한 4족 보행 로봇이나 완전 자율직립 2족 보행 로봇 등 고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지분 투자에는 현대차(30%),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와 개인도 사재를 동원해 20%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CES2022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주력 전시 기술은 로보틱스였다. 사물과 결합해 이동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듈과 동력·조향 등의 기능을 갖춘 모듈을 중심으로, 모듈을 탑재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콘셉트 모델을 선보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미래에 모든 이동수단이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완성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특히 오지, 험로, 특수한 지형 등에 움직일 수 있는 필연적인 이동수단은 로봇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1월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윤석열 정권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윤석열 당시 후보는 △인공지능(AI) 반도체·로봇 △ 양자 △탄소중립 △항공우주 △바이오헬스를 '5대 메가테크'로 규정하고 집중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을 내세웠다.
특히 당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현대차를 방문할 때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로봇 '스팟'을 앞세워 안 위원장을 안내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윤 정부와 현대차그룹이 수소 에너지를 이용한 산업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수소와는 관계없이 로보틱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완성차 업계도 로봇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테슬라는 테슬라봇을 소개하며 로봇을 테슬라의 차세대 사업 영역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최근 "내년에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버전1'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해 8월 인공지능(AI) 연구소 기념일에 테슬라봇을 소개하며 로봇을 테슬라의 차세대 사업 영역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 혼다는 1986년부터 혼다 로보틱스연구소를 세우고 2000년에 세계 최초로 두 다리로 걷는 휴머노이드 '아시모'와 2017년엔 구조용 로봇 'E2-DR'을 각각 선보였다.
토요타도 2005년 노인장애인 등의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파트너 로봇'을 선보였다. 2017년에는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는 아바타 로봇 'T-HR3'을 공개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