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넬 ‘아…이 소리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데뷔 23년차 모던 록 밴드…대중음악 미답지 개척
“기존 곡들 재편곡 공연, 프로뮤지션이라면 당연한 노력”
10회 차 장기 공연 마친 넬 단독 인터뷰

입력 : 2022-05-26 오전 12:00:00
밴드 넬 멤버들, 왼쪽부터 이정훈(베이스)·김종완(보컬)·정재원(드럼)·이재경(기타).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0대부터 지켜온 꿈. 그것은 잠깐이면 사라질 투명의 신기루가 아니다.
 
(팬데믹 이후) 우리가 또 한 번 깨달은 건 상황이 어떻든 계속 음악 작업을 하고 공연을 준비해야 한다는 거예요.”
 
24일 넬 멤버들, 김종완(보컬이정훈(베이스이재경(기타정재원(드럼)이 말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총 10회 차 장기 단독 공연 ‘NELLS SEASON 2022 Singles’을 성공적으로 치러 낸 이들이다.
 
음악 팬들의 함성과 일명떼창을 약 3년 만에 마주한 감회는 데뷔 23년차인 이들에게도 특별했다. “첫 공연의 막이 열리면서 함성 소리가 들렸을 때이 소리가 얼마나 그리웠는지라고 머릿속으로 혼자 되뇌었습니다.”(김종완)
 
엔데믹. 사실상 함성과 움직임이 가능한 대면 공연이 재개되면서 대중음악계가 꿈틀거리고 있다. 10일간 회당 약 1200, 1만명에 가까운 관객과 만난 넬은 “‘공연에서 관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것 같다. 10회 공연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큰 카타르시스와 기쁨을 가져다 줬다고 했다.
 
“똑같은 음향과 무대연출로 공연을 한다고 가정 했을 때, 관객의 함성과 움직임이 있는 공연과 그것이 없는 공연은 아예 다른 공연이란 것을 지난 2 4개월 동안 여실히 느꼈던 것 같아요.”(김종완)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총 10회 차 장기 단독 공연 ‘NELLS SEASON 2022 Singles’를 연 밴드 넬.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넬의 공연은 사운드와 무대 조명, 감각적 영상, 연출로 정평이 난지 오래다. 특히 매년 크리스마스에 열리는 ‘CHRISTMAS IN NELL'S ROOM(넬스룸)’ 2003년부터 이어져온 이들 대표 브랜드 공연이다. 조향까지 신경 쓸 정도로 세심한 기획력은 한국 대중음악 공연 문화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CHRISTMAS IN NELL'S ROOM’이 다이나믹한 기승전결 구성이라면, ‘NELL's SEASON’(2014년부터 시작)에서는 계절 감각에 어울리는 감성적 연출, 구성을 느껴볼 수 있다. 봄에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 가을에는 적막하고 고요한 분위기의 어쿠스틱 편곡 공연으로 팬들과 만나왔다. 기존에 선보인 곡들을 그대로 올리는 여타 대중음악 공연과 달리, 무대 분위기에 맞춰지금의 넬 사운드로 편곡하는 작업은직업으로서의 음악가인 이들에게 중요한 책무다.
 
이번 공연을 위해 멤버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7개월가량 매달렸다. 거리두기 상황에 따라 여러 차례 공연을 준비하고 뒤엎길 반복하며. ‘기존 공연들보다 조금 더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 음악 바(Bar)를 무대 위 구현해보고자 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타이틀곡들과 싱글 곡들을 분위기에 맞춰 재편곡하고, 공연 초반부 땐 사연을 읽어주며 관객들과 교감했다.
 
음악 DJ처럼 자연스럽게 곡 설명도 하고 그런 분위기로 가보자~ 뭐 이런 의식의 흐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이 조금 소박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존 곡들을 좀 더 미니멀하게 편곡을 하게 됐고요. 새롭게 편곡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프로뮤지션이라면 그 정도의 노력은 너무 당연한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김종완)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총 10회 차 장기 단독 공연 ‘NELLS SEASON 2022 Singles’을 성공적으로 치러 낸 밴드 넬.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본보 기자는 마지막 날인 8일 공연장을 찾았다. 단출한 악기편성으로 넬 레코드 특유의 공간감이 살아나게끔 재편곡한 곡들은 대체로 전반부 배치됐다. 피아노 건반의 주도 아래 슬로우템포로 겹쳐지는 기타 아르페지오와 라이드심벌의 리듬새김. ‘Part 2’, ‘헤어지기로 해’, ‘It’s Okay‘, ‘마음을 잃다’, ‘희망고문’….
 
기립을 유도하는 중반부부터는 공연의 분위기가 대대적으로 반전됐다. ‘유희’, ’Star Shell‘, ’Ocean Of Light’, ‘Dream Catcher’…, 그리고 3년간 중단됐던기억을 걷는 시간의 떼창과 두 번의 앙코르까지. 마지막기생충믿어선 안될 말의 합편곡 순서 때 작열하는 전기기타와 심벌 난타는 공연장 전체를 물들이는 빨간 조명과 맞물려 관객들의 심박수를 끝까지 달궈댔다.
 
“공연에서 조명은 음향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늘 얘기하는 편이에요. 공간의 느낌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의 음악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느껴지길 바라는지, 그 의도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김종완)
 
넬 멤버들은초반 곡들은 정적인 공간조명 스타일로 무대가아련한 추억을 담고 있는 스틸 사진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고, 중후반으로 갈수록 동적인 쇼 조명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구성을 짰다고 했다. “곡마다 다른 컬러와 시퀀스를 사용해 공연 전체의 흐름을 만들 뿐 아니라 한 곡 내에서도 공간의 크기와 구도를 바꿔주면 조금 더 다이나믹한 감정의 흐름을 만들 수 있죠.”(김종완)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총 10회 차 장기 단독 공연 ‘NELLS SEASON 2022 Singles’을 성공적으로 치러 낸 밴드 넬.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1999년 결성. 2002년 서태지의 인디레이블괴수인디진합류. 2016년 독립레이블 스페이스보헤미안 설립. 2001 ‘Reflection of’ ‘Speechless’로 시작해 지난해 ‘Moments in between’까지 총 9개의 정규앨범을 낸 이들은 대중음악 공연의 미답지를 개척해왔다. 직접 본 메탈리카, 디페쉬 모드, U2 공연 같이온 몸에 전율이 일던 경험을 추구한다. 기승전결의 알찬 공연 구성과 화려한 무대 연출은 해외 록, 팝스타들의 내한무대를 보듯 현란하다. 최근 거리두기 해제로 예매권이 동나고 있는 대중음악 페스티벌에서도 섭외 1순위다.
 
오는 85~7일 인천 송도달빛 축제공원에서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리는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에는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와 함께 간판 출연진(헤드라이너)으로 이름을 올렸다. ‘피크 페스티벌(528·서울 난지한강공원), ’파크 뮤직 페스티벌(625~26·서울 올림픽공원), ‘랩비트 페스티벌(93~4·서울랜드)’ 순으로 일정이 빼곡하다. 코로나 사태로 미국 12개 도시투어를 계획했다 취소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꿈을 놓지 않는다. 곡을 만들고 더 나은 무대를 위한 피땀 어린 시간들.
 
(팬데믹 기간) 만일 실망감에 휩싸인 나머지 잠시라도 정신 줄을 놓았더라면 온갖 생각들로 머리가 훨씬 복잡해졌을테고, 한 번 사라진 집중력은 쉽게 돌아오질 않으니 아마 오랜 시간동안 헤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지금처럼 상황이 조금은 나아진 후에도 말이에요.”(김종완)
 
돌아보면 늘 계단식으로 꿈을 이뤄왔다. 이들 역시 홍대 클럽 오디션을 붙고 싶었고, 대규모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고 싶던 이십대 시절이 있었다. 이후 뉴욕 아바타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고(5 ‘Slip Away’), 한국 대표 모던 록 밴드로 서기까지... 앞으로 어떤 꿈으로 또 나아가게 될까.
 
“꿈이라면 늘 똑같아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지 않도록 늘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 열정이란 것도 계속해서 아껴주고 신경써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웃음) 틈만 나면 도망가려고 하니까.”(김종완)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총 10회 차 장기 단독 공연 ‘NELLS SEASON 2022 Singles’을 성공적으로 치러 낸 밴드 넬.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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