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무효 판결…건설사, 인력구조 재편 속도내나

임금·퇴직금 차액 청구 소송 등 판관비 부담 확대
신사업 이유로 구조조정 우려…노사관계 변화도 주목

입력 : 2022-05-30 오전 8:00:00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도권북부지역본부 관계자들이 17일 노동조건 개선 등을 포함해 서울지역 건설노동자 6·1 지방선거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대법원이 연령을 이유로 고령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도를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건설업계의 인력구조가 재편될지 주목된다.
 
이미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과 조직슬림화를 꾀하고 있던 상황에서 추가적인 판관비 부담을 늘리기보다, 신사업 추진 등의 명목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사의 경우 수주산업 특성상 하도급 구조를 띄고 있다는 점에서 정규직 대신 기간제를 채용하는 비중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 건설사, 만 55세 전후로 임피 적용…대법 판결 파장 '주목'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최근 대법원의 ‘연령을 근거로 한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에 대해 조직 내 미칠 영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금이나 퇴직금 차액 청구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존재함에 따라 관련 파장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은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팽배하다.
 
건설사 다른 관계자는 “이제 막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소송 등이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라며 “(임금피크제도나 희망퇴직제도 등은)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내부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의 임금을 점점 줄이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로, 고령층의 실업을 완화하는 동시에 청년 일자리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특히 지난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노동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늘면서, 삼성물산(028260)·현대건설(000720)·GS건설(006360) 등 건설사 대부분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건설사마다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와 삭감률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만 55세 이후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매년 10~20%씩 임금 삭감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현대건설의 임금피크제는 만 57세부터 도입되며, 롯데건설의 정년 시점은 만 55세, 대우건설(047040) 만 60세다.
 
건설사별로 임금피크제 대상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항아리형 산업구조를 고려하면 현재 임금피크제에 돌입하게 되거나 돌입한 인력의 임금 보장 등 반발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과정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 있다. 
 
문제는 판관비 부담이 커짐에 따라 건설사들이 신사업 재편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건설사들은 정기희망퇴직 등을 실시하며 인력도 감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초 DL이앤씨(375500)는 3년 근속자를 포함한 전 직급을 대상으로 '2022년 정기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올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시평 상위 5대 건설사 인력현황(표=뉴스토마토)
◇ 희망퇴직에 조직슬림화…정규직 빈자리 기간제가 채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대우건설 등 국내 시공평가 상위 5대 건설사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판매비와 관리비는 총 9343억원으로 전년동기(8614억원) 대비 8.5% 증가했다. 특히 삼성물산의 경우 포괄손익계산서에 인식한 퇴직급여제도 세부 내역을 보면 퇴직위로금 등이 229억6000만원으로 전년대비 7배 뛰었다.
 
판매비와관리비(퇴직급여)는 작년 1분기 95억18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287억3600만원으로 늘었다. 대우건설의 경우 판관비 내 퇴직급여는 39억원에서 46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건설은 판매관리비가 1158억원으로 전년대비 2.1% 줄었는데 부문별로 보면 급여와 퇴직급여는 각각 2.7%, 10.4% 늘어난 반면 복리후생비는 13.9% 감소했다.
 
정규직 대신 기간제 근로자 채용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1월 말 5대 건설사의 총 근로자는 28만732명(단기간제외)으로 이 중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는 1만9812명으로 1년 전보다 4.3% 축소됐다. 반면 기간제 근로자는 8920명으로 1년 새 8.6% 확대됐다. 전체 인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1.04%에 달한다.
 
건설 안전과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 사업에 필수적인 인력은 정규직으로 채워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공석을 기간제를 채워놓고 있는 셈이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올해 1분기 전체 근로자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45.4%에 달하기도 했다.
 
최근 3년간 비중을 봐도 기간제는 늘어나는 실정이다. 지난 2019년 말 기간제 직원(5대 건설사 기준)은 8202명으로 전체의 27.84%를 차지했지만 2020년에는 28.13%에 이어 작년 말에는 30%를 돌파하기도 했다.
 
통상 건설업은 수주산업 특성상 하도급 구조를 띄고 있어 분양일정과 수주 중심으로 단기간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향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고착화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건설 노조 측은 시장 움직임 등을 따져 추후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국건설기업노조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관련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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