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산업현장에서의 재해 발생을 줄이기 위한 ‘산업재해예방’의 역량 강화 요구에도 17년째 모르쇠 행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 사용자, 정부를 아우른 ‘노사정’이 2006·2008·2020년 세 차례에 걸쳐 3% 지출에 합의했지만, 정부의 예산 투입은 0.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6일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해 고용부 일반회계상 산재예방사업비에 투입하는 예산은 183억원이다.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 지출 총액(8조8844억원)의 0.2% 수준이다.
노사정은 지난 2006년과 2008년 '산재예방사업비에 대한 일반회계 지원 확대'를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산재기금에 대한 일반회계 지원 규모를 매년 확대하는 등 산재기금지출예산 총액의 3%에 이르도록 합의했다.
산재기금은 사업장에서 부담하는 보험료로 조성된다. 정부 예산 투입을 통해 산재에 대한 정부 예방책을 이행키로 한 것이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학교 안전과리학과 교수는 "그간 우리나라 행정부가 산업안전보건을 위해 국가 예산을 쓰지 않고 사업주와 근로자들의 보험료만을 주된 사업 재원으로 활용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사정은 지난 2020년 4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서도 또 한번 합의 이행을 재확인했다. 해당 예산으로 중소기업에 우선 지원하고 구체적 실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노사정 협의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약속했다.
하지만 2020년 합의 당시 155억원에 머물렀던 산재보험기금 일반회계 전출금은 2022년 183억원으로 28억원 증가에 머물렀다.
전체 산재기금지출총액이 2020년 6조9061억원에서 2021년 8조990억원, 2022년 8조8844억원으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산재기금지출예산 총액 대비 일반예산 지출 비율도 2020년 0.22%에서 2022년 0.21%로 소폭 떨어졌다. 노사정이 합의한 3%와 비교해 1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관련 예산은 지난해 163억원에서 올해 183억원으로 20억원 늘어나는 등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더 큰 폭의 예산 증액에서는 여러 가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6일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고용부 일반회계에서 산재예방사업비에 투입되는 예산은 183억원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 지출 총액(8조8844억원)의 0.2%에 그쳤다. 자료는 산재기금 지출 총액 대비 정부 예산 비율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더욱이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산재예방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재정당국은 요지부동이다.
기재부는 코로나19 등으로 재정 적자가 커진 탓에 당장 예산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산 증액이 곧 적자 국채 발행으로 이어진다는 논리에서다.
무엇보다 산재보험 가입 사업장 수와 가입자 수 증가, 기금운용 수익률 등이 더해져 전체 기금 규모가 지난해보다 2조원 증가했다는 게 기재부 측의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상황에서 규모가 커지고 있는 산재기금에 추가 예산을 편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사노위 합의 사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노사정 모두가 참여해서 합의를 한 만큼, 정부 차원의 이행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6일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고용부 일반회계에서 산재예방사업비에 투입되는 예산은 183억원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 지출 총액(8조8844억원)의 0.2%에 그쳤다. 사진은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