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진칼 자회사
진에어(272450) 노동조합이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에서 제외된 이유를 밝혀달라며 국토교통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세 건 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에어 노조는 7일 오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 '국토부를 정무적 판단 대신 선진적인 항공 행정을 하는 조직으로 이끌어 달라'는 취지로 호소문을 낼 예정이다.
박상모 진에어 노조 위원장은 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 한 달 간 국토부에 세 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해 올해 4월 국제항공운수권 배분에서 철저히 배제된 이유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며 "5월3일 국토교통부 제541호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른 노선별 경합 항공사를 포함한 평가결과 공개를 요청했지만,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는 한 쪽 짜리 항공사별 운수권 배분결과만 공개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진에어 노동조합이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에서 제외된 이유를 밝혀달라며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세 건 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사진은 박상모 진에어 노조 위원장. (사진=진에어 노조)
당시 항공업계에선 국토부가 해외 경쟁당국에서 결론 나지도 않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미리 가정해 정무적 판단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2018년 조현민 전 부사장의 '물컵 갑질' 논란에 이어, 그가 미국 국적자임에도 진에어 등기이사에 오른 점 등으로 국토부가 그해 8월 신규운수권 불허와 신규 항공기 도입 제한 조치를 내린 전력이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4월22일 통화에서 "지난 2020년 진에어의 개선 대책에 따라 제재를 다 풀기로 결정했고 보도도 나왔다"며 "지금까지 (낙인을)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항공교통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심의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정무적 판단만으로 저희가 (운수권 배분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진에어 노조는 지난달 3일 국토부에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배분 제외 이유를 알 수 있도록 경쟁사가 포함된 평가 지표와 평가 내역을 공개하라고 첫 번째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국토부가 한 차례 답변 기간을 연장한 뒤 5월17일 노선배분 결과 표만 줬다고 한다.
진에어 노동조합이 정리한 국토교통부의 연도별 국제 항공 운수원 배분 결과 표. (자료=진에어 노동조합)
노조는 다음날인 5월18일 항공교통심의위원회 위원 명단·약력, 위원회에서 국제항공운수권 배분 심의 과정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회의록, 심의 결과의 산정 근거가 기록된 문서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두 가지로 나눠 청구했다가 지난달 27일 거부당했다.
박상모 위원장은 "(국토부가) 득점 현황 비공개 사유는 '법인·단체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며 "우리가 요청한 것은 각 항공사 영업비밀이 아니라 규정에 따라 산정된 최종 점수였다"고 밝혔다.
이어 "진에어가 몇 점을 받아서 경합에서 탈락했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텔레비전 경연 프로그램에서도 총점을 공개하고 1위를 결정하는데, 상식적으로 배분 결과가 이미 공표된 상황에서 득점 현황이 영업비밀이라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국토부가 심의위원 명단 공개 거부 이유에 대해 '항공사에 대한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을 논의·심의하는 기구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인정된다'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심의위원회 회의 결과 문서에 대한 비공개 사유도 '항공사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공개될 경우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축소됐던 인천국제공항의 국제선 운항이 이달 8일부터 정상화된다. 국토부는 2020년 4월부터 시행해 온 인천공항의 시간당 항공기 도착편 수 제한(슬롯 제한)과 비행금지시간(커퓨)을 2년2개월만에 해제한다. 오후 8시부터 다음달 오전 5시까지인 커퓨도 사라져 인천공항이 24시간 운영된다. 이날부터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도 접종자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한국으로 입국했을 때 7일간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해외 입국자와 환영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위원장은 "위원 명단 공개가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준다는데, 거꾸로 특정 항공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이 업무의 공정함을 잃으면 누가 감시하고 지금처럼 정부 주도 인수합병 하는 시기에 특정 세력 눈치 보기를 하는 위원이 있다면 누가 견제할 것이냐"며 "규칙과 평가 지표대로 공정하게 회의가 진행됐으면 각 항공사 영업비밀을 제외한 회의 내용을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발 양보해 심의위원 비공개 이유를 받아들이더라도, 국토부가 심의 과정과 내용 등을 일부 삭선 처리해 공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박 위원장은 "하다 못해 최종 점수라도 공개할 수 있었을텐데 당연히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한 달 동안 정보공개 청구를 내면서 내린 결론은 처음부터 평가지표에 따른 배점표가 없었거나 배점표를 무시하고 정무적인 배분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국토부 행정을 계속 지켜보고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 장관에 대한 호소문 내용에 대해서는 "항공행정 조직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초라하므로 항공청 같은 항공독립 행정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소통을 추구하는데 (항공행정에) 공정도 없고, 소통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현장을 찾은 국토부 사람도 없었다"며 "현장과 소통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200명 규모 국토부 조직과 낮은 역량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