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자 등에 분질미 보급…5년내 밀가루 수요 10% '쌀가루 대체'

밀가루 흡사 쌀가루 전용 '분질미' 보급 예정
쌀가공사업 2027년까지 10조원 규모 육성
분질미 20만톤 공급 목표 4만㏊ 재배면적 전환
밀 수입 의존도 낮추고 쌀 수급과잉 문제 해결

입력 : 2022-06-09 오후 2:57:27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정부가 케이크, 카스텔라, 제과·과자류, 어묵, 소시지 등 가공식품에 밀가루와 거의 흡사한 쌀가루 전용 '분질미'를 보급한다.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쌀 수급 과잉 문제까지 해결하는 등 5년내 밀가루 수요의 10%를 쌀가루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동화 대책'을 통해 2020년 기준 7조3000억원 규모인 쌀 가공산업을 2027년까지 10조원 규모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쌀 가공산업 현실을 보면, 쌀의 가공적성 한계와 높은 가공 비용 등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떡이나 주류, 즉석식품 등에 국한된 쌀 가공식품 범위를 넓히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수요는 쌀로 대체할 방침이다.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 분질미다. 분질미는 단단한 전분 구조를 가루로 만들기 위해 습식제분을 해야 하는 일반 쌀가루와 달리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건식제분이 가능하다.
 
분질미 재배는 지난해 기준 25헥타르(㏊)에서 119톤을 생산한 바 있다. 특히 빵이나 과제, 면 등 다양한 밀가루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분질미의 상품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분질미 재배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직불금 지원, 농가 기술 지도를 통해 안정적인 원료 공급 기반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2027년까지 분질미 20만톤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목표로 4만2000㏊ 수준의 일반 벼 재배면적을 분질미로 전환한다. 올해는 기존 분질미 재배 농가, 농진청, 도농업기술원 시험포장을 활용해 분질미 재배면적을 작년의 4배 수준인 100㏊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2023년부터 공익직불제 내에 전략작물직불제 신설을 추진, 참여 농가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밀 전문 생산단지 중심으로 밀·분질미 이모작체계를 유도해 분질미 재배도 확대한다.
 
일반 쌀은 주로 5월 중순~6월 중순께 이앙하는 데 반해, 분질미는 6월 하순께가 이앙 적기이다. 밀 수확 시기인 6월 중순까지 알곡이 충분히 여물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할 수 있어 작부체계 상 밀과 쌀의 이모작 경합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분질미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 기반 확충을 위해 공공비축제도를 활용한다. 식품·제분업계에 시료를 제공하고,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분질 쌀가루를 활용한 전략 제품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매년 3~5월에 농가별로 분질미 매입 계약을 체결한 후 수확기에 농가가 생산한 분질미를 공공비축미로 매입하고 이를 밀가루를 분질미로 대체하고자 하는 실수요업체에 특별 공급한다.
 
쌀가루를 활용해 전략적으로 소비 가능한 제품을 찾아 육성하기 위해 식품기업 등 대량 수요처와 손잡고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한다.
 
단기적으로는 분질 쌀가루 특성 평가·연구와 함께 식품업계 등 대량 소비처에 분질 쌀가루를 시료로 제공, 현장 시험과 제품개발을 뒷받침한다.
 
올해는 분질 쌀과 쌀가루 1톤을 씨제이(CJ)제일제당, 농심미분, 농협오리온 등 식품·제분업체와 제과제빵업체에 제공한다. 6월 중에는 제분 특성과 품목별 가공 특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이를 100톤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케이크, 카스텔라, 제과·과자류 등 비발효빵류는 물론, 밀가루 함량이 낮은 어묵, 소시지 등 다양한 쌀가루 가공식품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소면이나 우동면 등 면류, 식빵 등 발효빵류, 튀김가루 등 분말류, 만두피 등은 분질 쌀가루와 밀가루를 혼합해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분질 쌀가루 대량 수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대량제분, 저장 등 유통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시설 지원도 확대한다.
 
농식품부는 분질미 가공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민·관 공동 체계를 운영하고 업계의 식품인증 활용과 수출 확대도 지원할 방침이다.
 
분질미 생산자, 소비자단체, 제분 업체, 가공업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가칭 '쌀가루 산업 발전협의체'도 운영한다. 
 
특히 글루텐프리 등 쌀 가공식품에 특화된 식품인증제도를 알려 쌀의 기능성 식품 원료 등록도 추진해 프리미엄 쌀 가공식품 시장을 육성할 예정이다.
 
지난해 '글루텐 프리' 세계 시장 규모는 78억6000만 달러로 2022년부터 연평균 8.1% 성장세가 전망되는 유망 시장이다.
 
글루텐은 밀이나 보리 등 일부 곡물에 함유된 담백질의 종류로 서유업이나 북미, 호주 등에서는 밀가루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글루텐 프리 인증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함께 학교나 공공기관 등 대량 소비처에는 쌀가루 가공제품 공급을 확대한다. 국가기술자격 제과 직종 자격시험에 쌀가루 관련 과제를 추가해 분질미를 활용한 제과제빵 기술 교류 확산도 지원한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는 식량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 식량주권 확보를 농식품 분야의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했다"며 "분질미를 적극 활용해 쌀 가공식품 산업을 활성화함으로써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쌀 수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동화 대책'을 통해 2020년 기준 7조3000억원 규모인 쌀 가공산업을 2027년까지 10조원 규모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수확된 쌀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용윤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