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걸린 시민의 발③)정부, 지하철 쥐어짜지만 말고 현실적 대안 내놔야

"지하철 심야 연장운행 재개로 172억 적자"
7년째 요금 동결, 적자 규모 연 1조원 육박
전문가들도 "이제는 요금 인상 검토할 때"
65세 무임수송 '정부 분담' 대안으로

입력 : 2022-06-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장기간의 적자 누적으로 서울 지하철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요금 인상과 65세 무임수송 분담이 해결책으로 꼽히고 있다.
 
12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거리두기 해제 이후 심야택시 대란이 빚어지면서 서울시는 이달부터 지하철 심야 운행 폐지를 불과 네 달만에 뒤집고 연장운행을 시작했다.
 
심야택시 대란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자정부터 오전 1시까지 약 2만명을 나를 수 있는 교통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지하철 심야운행을 코로나 유행 기간 단축운행하다 재정 악화를 이유로 지난 2월 폐지로 발표한 이후 네 달만에 뒤집은 것은 서울 지하철이 갖고있는 고민을 보여준다. 이번 지하철 심야운행 재개로 추가 발생하는 비용은 인력·정비 등을 포함해 172억원으로 추산된다. 
 
한 해 공사의 당기순손실은 1조원을 넘나든다. 지출되는 비용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 운송수입이 약 3분의 2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서울 지하철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은 지나치게 낮은 요금이다. 2015년 이후 7년째 1250원인 지하철 요금은 동결되고 있다.
 
요금은 동결되는데 노인·장애인 등 무임수송 부담이 늘면서 2021년 기준 서울 지하철 운송원가 1988원 대비 평균운임은 999원에 불과해 1명당 결손금 989원이 발생한다. 10년 전만 해도 결손금은 366원에 불과했다. 10년만에 2.7배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베이징·싱가포르·런던 등 해외 지하철 운영기관의 경우 지하철 요금을 전기료 등 물가와 연계해 변화에 맞춰 운임조정률을 적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상요인이 충분한데도 장기간 요금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요금 조정을 더이상 미루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장기간의 적자 누적은 노후 전동차 교체 같은 시민 안전과도 직결될 수 있다. 1~8호선 전동차 평균 사용연수는 19.3년으로 전체 전동차량 3551칸 중 노후 비율은 2019년 23.7%였지만, 작년엔 43.7%까지 급증했다. 교체계획이 노후도를 못 따라오는 실정이다.
 
김시곤 서울과기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는 “7년 동안 요금이 안 올랐기 때문에 현실화까지는 못해도 1500원까지는 올린 다음에 공사에 경영 개선을 주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원 교수는 “적자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언제까지 세금으로 부담하기엔 감당할 수준을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법 중 하나가 65세 이상 무임수송에 대한 정부 분담이다. 전국 지하철 운영기관의 공통적인 고민이지만, 정부는 코레일의 무임수송만 분담하고 있다. 한 해 무임수송으로 인한 서울교통공사의 손실은 작년 기준 2784억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국토부는 대한교통학회에 ‘도시철도 공익서비스비용(PSO) 보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철도법 개정안에도 ‘도시철도 무임수송 국비보전’ 내용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연말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국비보전의 적격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고 교수는 “물가라는 것은 지역이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인데 정부가 요금 인상을 억제하라고만 하지말고 무임수송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1일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비롯한 공사 관계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대합실에서 ‘지하철 무임수송 국비보전’ 관련 노·사 공동 대시민 홍보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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