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북 핵실험 임박했지만…뾰족한 해법 없는 윤석열정부

대북 제재·확장억제 강화 등 강경대응 경고…장단기 군사대비태세 조정 준비
실질적 해법인지는 의문…전문가들 "제재·압박만으로 북 비핵화 안돼"

입력 : 2022-06-14 오후 4:08:54
13일(현지시간)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국무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미 정부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강도 높은 대북 제재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조기 재가동 방침 등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을 향해 마지막 단추를 누르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한미의 경고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에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국내용 메시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회담을 가진 뒤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며 장단기 군사대비태세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과 지난 1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포럼에서의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이어 외교 사령탑 차원에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 한국, 일본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핵실험 감행시 적절한 장단기 군사대비태세 조정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우선 단기적으로 한미 외교·국방 2+2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을 통한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한국형 3축 체계 증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박진 장관은 북한이 계속 도발할 경우 유엔 안보리의 새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 등 관련 단체와 개인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언급했다. 박 장관은 또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일본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정상화 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미 외교장관이 대북 제재와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경제적, 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에 대해 압박하는 모양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하지만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미국도 기존 금융, 수출입 제재보다 더한 제재 방안이 사실상 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등가의 원칙으로 비례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공중 무력시위로 맞대응하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결과적으로 북한의 자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에는 무리라는 평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가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재가동하는 것도 북핵 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확장억제라는 게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한미도 같이 핵을 사용할 수밖에 없으니 북한이 체제 붕괴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북한에게 오판하지 말라는 뜻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계도 명백하다"며 "한국은 핵이 없으니 미국의 핵으로 북한을 상대해야 되고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끊임없이 핵 위협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당연히 북미 간 대립 구도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한미 동맹 강화 속에서 북한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조할수록 북한은 핵무력 확장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 앞에서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한미가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양국 정부 모두 대중 관계가 난항이라 제대로 된 해법이 될지도 의문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성격의 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말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여할 예정으로, 대중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좀 더 명확하게 중국에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센터장은 "지금 이 정도 가지고는 안 된다"며 "중국의 협조는 단순히 말로 '도와달라' 가지고는 안 된다. 결국 4자 회담(남북미중)으로 가서 중국이 협상 테이블에 같이 앉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 중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는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는 데 열려 있다"며 외교적 해법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여기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한미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무력도발 수위는 점점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의 무력도발)억지 차원에서 정부가 한미 동맹을 강조하고 맞대응 시험 훈련을 할 수 있겠지만 그 속에서도 대화와 협상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선순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대북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이끈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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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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