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경영계가 규제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한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차질 없는 추진을 주문했다. 반대로 시민사회에서는 기존 보수 정부의 정책과 유사한 점을 지적하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오늘 발표된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은 규제 완화와 첨단산업 육성을 통해 민간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원자재 가격 상승, 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경영 여건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의 복합 경제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여갈 수 있도록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규제 혁파, 노동 개혁, 세제 개선 등 정책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주길 바란다"며 "앞으로 우리 경제계는 이러한 정책 변화에 대응해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와 일자리 창출 분위기가 산업 전반에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해서 소통·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새 정부가 향후 5년간 민간 주도의 원칙 아래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한 기업 활력 제고와 산업·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쏟기로 한 것은 적절한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의 5대 구조 개혁 과제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고, 장기화 추세를 보이는 저성장 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길 바란다"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당면한 리스크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새 정부가 제시한 개혁 과제들이 실행력 있게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최태원(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 발표 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간 혁신 통한 투자 확대가 가장 효율적 해법"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정부가 발표한 자유로운 시장경제에 기반한 민간·기업·시장 중심의 경제 운용은 당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 방향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급격히 불어난 국가채무로 인해 적극적 재정 정책 운용이 어렵고, 취약한 민간의 금융 방어력으로 인해 금융·통화 정책의 운용 여지도 많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민간 부문의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투자 확대가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규제 비용 감축제, 규제 원샷 해결제 등 혁신적인 규제 완화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그동안 기업 경영에 애로를 초래했던 많은 규제가 혁파되기를 기대한다"며 "법인세율 인하,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폐지 등 법인세제의 대폭적인 개선과 변화된 노동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근로 시간과 임금 체계 개편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더욱 견고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경제계는 정부의 이러한 경제 운용 방향에 부응해 투자를 확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자유 시장경제와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근간으로 하는 이번 경제 정책 방향을 크게 환영한다"며 "특히 과감한 규제 개선으로 민간 중심의 시장이 역동성을 되찾게 하고, 중소·벤처기업이 경제의 든든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또한 우리 경제 안보의 중심이 되는 첨단 산업의 초격차를 공고히 하며, 서비스 산업의 수출을 활성화하고 신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함으로써 한국 무역의 미래 성장 기반을 확충하고 우리 무역업계에는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의 첫 경제 정책 방향은 우리 무역과 경제의 향후 5년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중차대하다"며 "이번 경제 정책 방향을 통해 대한민국이 무역 5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우리 협회도 새 정부와 함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참여연대 "과거 정부 '줄푸세' 연장선…불평등 방치"
기획재정부는 이날 기업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세 규정 등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내용의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새 정부가 오늘 내놓은 경제 정책 방향은 '저성장 극복과 성장-복지 선순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은 과거 보수 정부가 추진했던 '줄푸세'의 연장선에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새 정부는 무엇보다 규제 개혁이란 미명 하에 규제 완화와 규제 일소를 천명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이명박정부의 '전봇대 뽑기'와 박근혜정부의 '규제 길로틴'을 연상케 한다"며 "그동안 결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는 관행적 규제 완화 정책이 지금 우리가 처한 복합적인 사회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데 유의미한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불평등 완화를 위해 서민 가계의 안정과 취약계층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에 법인세 인하, 집 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을 펴고, 금리 급등기에 금융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재정 지출에는 총량 목표를 둬 관리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는 결국 사회보장 확충, 공공성 강화, 보편적 복지 확대란 시대적 요구와 방향에 부응하기는커녕 위기 상황에서 심화한 불평등을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