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전자업계가 베트남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단위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공장 증설, 설비 확충 등을 통한 압도적인 생산량으로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나가는 모습이다.
이는 기존 중국 등 생산 거점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 기업 유치 정책 기조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034220)는 지난 15일 주요 글로벌 금융회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2900억원)을 조달해 베트남 공장 증설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조달되는 자금은 베트남 사업장의 OLED 모듈라인 증설과 기반시설 구축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월과 8월에도 총 21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투자해 OLED 모듈 생산 라인을 확충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모듈 공장 위치는 베트남 동북부 하이퐁이다. 하이퐁에는
LG전자(066570)의 공장도 있다. LG전자는 이 곳에서 생활가전 제품을 생산중이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005930)는 2008년 박닌성 내 스마트폰 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6개의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또 연내 하노이 시내에 위치한 R&D센터 완공을 앞두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은 삼성 글로벌 스마트폰의 60% 이상을 만드는 최대 규모 생산기지다. 연간 1억2000만~1억5000만대가 박닌과 타이응우옌에서 생산된다. 삼성전자는 다낭 지역 투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기(009150) 역시 지난해 12월 베트남 생산법인에 약 1조3000억원의 대규모를 투자하는 등 본격적인 FC-BGA 사업 확대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같은 투자로 고속 성장하는 패키지 기판 시장 선점과 하이엔드급 제품 진입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각 기업들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에서 빠져나오면서 정부 차원의 기업 유치 정책을 펼치고 있는 베트남을 생산 거점으로 삼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인건비가 많이 올랐고 미중갈등 등으로 해외 글로벌 IT기업들도 동남아 쪽으로 생산기지를 이동하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삼성, LG 등 우리 기업들도 공급망 훼손을 막아야겠다는 생각들이 있어서 해외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베트남 투자도 지속되겠으나 인도쪽이나 북미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려는 모습도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하는 전세계 제조업의 생산 거점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LG디스플레이 외에도 삼성전자라든지 삼성전기가 베트남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오고 있다"며 "각 업체들이 기존 중국의 제조기지를 동남아 쪽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베트남이 이제 전세계 제조업의 허브로써 급부상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의 국가 투자·협력 전략을 수립했다. 여기에는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 러시아, 영국 등 탈중국 및 해외이전을 시도하는 외국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 담겼다. 특히 첨단기술산업 FDI(외국인 직접투자) 우선 유치, 기업과 산업단지간 연결성 강화를 위한 법률·제도 개선, 핵심적 지원산업 육성 등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