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하나의 신약이 개발되려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시판 후 평가와 같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중 본격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과정에서 살펴보는데, 이를 위한 필수 과정 중 하나가 동물실험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개발 효율화를 위해 자체 시설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대체 실험법 개발 필요성도 논의되고 있다.
21일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약 414만마리의 동물이 실험용으로 사용됐다.
일반적으로 신약에 해당하는 의약품은 후보물질 발굴을 시작으로 적응증 탐색을 거쳐 동물실험, 임상시험 순서로 진행된다. 임상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1상부터 3상으로 나뉘어 치러지거나 통합 진행될 수 있다. 임상을 거치면 출시 후 시판 후 평가 절차도 밟는다.
이 중 동물실험 과정은 의약품이나 화장품의 독성을 평가해 허가당국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기 위한 절차다. 대표적인 실험용 동물로는 쥐, 햄스터, 토끼, 페럿부터 원숭이, 개 등 다양하다. 어떤 동물이 사용되는지는 실험 성격이나 의약품 종류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정바이오는 최근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내 국내 민간 공유 동물실 중에선 처음으로 국제실험동물관리평가인증협회(AAALAC)로부터 완전 인증(Full Accreditation)을 획득한 바 있다.
헬릭스미스의 경우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 500평 규모 동물실험을 위한 시설이 마련된다. 대상 동물은 설치류부터 중대동물 등이다.
업계에선 전임상 단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들의 자체 동물실험 인프라 구축이 활발해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전임상 동물실험이 신약개발 전 과정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면서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면 자사 품목 실험을 진행하면서 외부 품목 수주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한 결정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인간 편의만을 위한 동물들의 희생이 뒤따르는 만큼 동물실험 자체에 대한 회의론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대부분의 동물실험에선 종류와 관계없이 많은 동물들이 심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 데 대한 문제 제기다.
환경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실험용 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 강도를 A부터 E까지 총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지난 2020년 실험용으로 쓰인 414만마리의 동물 중 약 306만마리가 D와 E등급에 해당했다. 약 73%가 가장 높은 단계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과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평가연구부 산하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를 설립했다.
이 센터는 국내 개발 동물대체시험법의 검증, 전문평가, 가이드라인 제안을 수행하는 한편 국내외 기관과의 협력·교류, 관련 정보 및 교육 제공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는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대체시험법 마련을 위해 국내외 기관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동물대체시험법 관련 국내외 정보 제공과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