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코스피가 19개월 만에 2400선이 붕괴된 상태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94원대를 돌파하며 연내 최고치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최저점을 다시 썼다. 증시 폭락을 놓고 전문가들은 뚜렷한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공포 투매에 따른 발작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추가로 반대매매로 추정되는 물량도 하방압력을 가중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보다 49.90포인트(2.04%) 내린 2391.03에 거래를 마감했다. 투자자별로는 외국인이 6654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1826억원, 4456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4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20년 11월4일(2357.32) 이후 약 19개월만이다.
이날 지수는 상승 출발한 이후 급격한 폭락 장세를 연출하면서 장중 연저점(2372.35)을 새로 썼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순매도 규매가 확대된 가운데 장중 차액결제거래(CFD), 스탁론 등 반대매매 출회 리스크까지 더해졌다”면서 “뚜렷한 이유없이 빠지는 폭력적인 가격 움직임은 펀더멘털이나 이익과 밸류에이션으로는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코스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배를 하회하고 있으며 코스피 주간 RSI(상대강도지수)도 기준선인 30선 이하다. 한 연구원은 “30선 이하를 넘었던 적은 최근 3년 중에서는 코로나 팬데믹과 연초긴축발작 이후 처음”이라며 “현재 국내증시는 연쇄 투매가 촉발한 과매도 국면에 위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외에도 △지중학적 리스크 △미국 휴장일에 따른 외국인들의 아시아 증시 보수적 스탠스 강화 △인플레이션 및 연준 긴축이라는 기존 악재 등을 증시 급락의 이유로 꼽았다.
앞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4번 갱도 주변 도로를 정비하고 있다”며 “북한의 최근 활동은 연쇄 핵실험의 징후를 보여준다”고 언급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재차 상승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매물의 출회 압력을 높이고 있다”며 “반대매매 비중이 지난 13일 6.7%에서 점차 높아지는 점도 수급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가뜩이나 거래대금이 10조원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수급 변동성 확대 요인은 주식시장 변동성을 배가시키고 있다”고 풀이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우려와 경기침체 경계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말사이 비트코인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위험 선호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통신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전기가스업, 종이목재, 철강금속 등은 4% 이상 하락했다. 전기전자 업종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는 삼성전자의 약세가 영향을 미쳤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신저점(5만8100원)을 찍었다. 이는 지난 2020년 11월4일 이후 장중 최저가 기록이다. 인텔이 차세대 CPU인 ‘사파이어 래피즈’의 생산 일정을 연기하면서 IT 업황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은 전거래일 보다 28.77포인트(3.60%) 내린 769.92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1483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1133억원, 433억원을 순매도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