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올해 하반기 시작점을 앞두고 대내외 악재로 인한 불안요인이 봇물처럼 터질 분위기다. 전쟁발 여파와 강한 인플레이션 파고에 이어 본격적 하반기를 맞는 내달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까지 복합위기가 소용돌이 칠 조짐이다.
이미 13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은 13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다, 바닥을 모르는 증시 불안까지 실물경제와 금융 위기 등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6일 외환시장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장중 13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1350원까지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3.6원 내린 1298.2원으로 마감한 바 있다.
23일 원달러 환율은 1302.8원에 마감해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2년11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1300원을 상회했다. 하루만에 다시 1300원을 하회했지만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가에서는 135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이후 9월경 점진적인 하락해 연평균 1250원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도 전날 종가와 비교해 52.28포인트(2.26%) 상승한 2366.6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날 대비 35.92포인트(5.03%) 상승한 750.3을 기록했다. 사흘만에 상승전환했으나 코스피가 2600선에서 횡보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불안 요인은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정책금리 인상을 서두르면서 빚어지고 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6% 상승하며 198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동이 심한 식품·에너지 등의 품목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보다 6.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한 차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미국이 7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이어갈 경우 지속적인 충격파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 제롬 파월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향후 수개월간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향돼 2% 수준으로 복귀하는 강력한 증거를 찾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미국의 정책금리 연말 3.5~3.75%에 이를 것을 전망하며 내년 미국의 경기침체확률을 30~40%로 추정하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3.6원 내린 1298.2원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국민은행 환율 전광판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은행도 국내 물가상황,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등을 고려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우리나라의 소비자물자지수는 전년비 5.4%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9.7% 상승해 1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연간 물가 전망치를 3.1%에서 지난달 4.5%로 지난 21일 다시 4.7%로 상향 조정된 상태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이 확산되거나 장기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통화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내달 13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 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대목이다.
다만 빠른 금리인상은 국내 불안 요인의 뇌관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가계부채는 1분기 기준으로 186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즉,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은이 공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2월 7.4로 주의단계 임계치(8)에 근접한 후 3월 8.9를 기록해 주의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2021년 1월 9.6으로 주의단계에 진입 후 1년2개월 만에 재진입이다.
내달 제조업 전망도 먹구름이 예상된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7월 제조업 업황 전망 서베이지수(PSI)는 94에서 77로 하락해 2년여 만에 최저치가 예상된다. 내수(77)와 수출(81)이 전월보다 하락하면서 100을 상당폭 하회하고, 생산(89)과 투자액(89)도 100을 하회하는 등 낙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버팀목인 수출도 사정이 좋지 않다. 6월1∼20일 수출입현황을 보면 수출액은 312억83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4% 감소한 상황이다. 20일까지 무역수지는 76억42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54억6900만 달러에 달한다.
아울러 23일 기준 브렌트유가격은 배럴당 110.05달러로 전년비 46.4%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각각 106.48달러, 104.27달러로 전년비 45%, 42.6% 올랐다.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57.4로 직전 달보다 0.6% 하락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이 지수는 1996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인 159.7을 기록했다가 4월 158.5로 소폭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 더 내렸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아직 퍼펙트 스톰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상당히 어려운 순간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을 쫒기 위해 금리를 너무 빨리 올려버리면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위험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