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행정안전부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하고 이른바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한 가운데, 일선 경찰들의 반발력이 커지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도 겹치면서 경찰 내부의 혼란이 빗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 18개 시·도 경찰직장협의회는 27일 오전 서울 정부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곳곳에서 현장 경찰관들이 저항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 경찰은 국민을 위해 민주적 통제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치적 중립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안부의 경찰국 부활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면서 "경찰의 견제가 필요하다면 국가 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민주적인 통제 방법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현장 경찰관들은 국민을 위해 끝까지 경찰국 신설 철회를 주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이날 김 청장의 사퇴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서 "수장으로서 깊은 고민과 용단의 결정 존중한다"고 평가했다.
안성주 울산경찰청 직장협의회장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향해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제발 그 강을 건너지 말았으면 한다"며 "전국 곳곳 14만명의 경찰이 모두가 하나가 된 마음으로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이날 '경찰독립선언문'을 발표하고 "경찰국 설치 의도는 권력 장악을 통한 유신정권으로의 회귀를 실행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결코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경찰의 임무는 어느 정치세력 하에서도 영향권 밖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각지 협의회에서는 경찰국 신설의 반대 성명을 내고, 관내 경찰서에 이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걸었다.
이날 경찰 내부 인트라넷인 ‘현장활력소’에서도 청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늦은 감이 있어 지금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다른 지휘부도 올바른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의 김 청장의 늦은 대응을 지적하는 글과 수뇌부들의 강경한 대응을 촉구하는 글들이 함께 게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지역에서 근무 중인 한 경정은 김 청장 사의표명에 대해 "임기를 남기고 퇴직한 것은 불명예이고, 심사숙고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른 수뇌부들은 법령에 맞는 대응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인지역의 한 경정도 "청장의 고뇌에 찬 결단을 존중한다"며 "진정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오늘 법무부의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우선이 아니라 경찰의 독립적인 수사 여건 강화가 먼저"라고 설명했다.
경북지역에 있는 또 다른 경정은 행안부의 자문위 권고안 수용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짧게 의사를 밝혔다.
협의회는 이날 오후 5시까지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연다.
협의회 회장단 대표 출신 민관기 청주흥덕서 직장협의회장은 "토론회 종료 후 각 경찰서 직협 회장 등 참석자들과 임시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면서 "경찰국 관련해서는 청장 사의와 관계없이 계속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