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위기 앞 대응 다른 검·경

입력 : 2022-06-29 오전 6:00:00
"청장의 고뇌에 찬 결단을 존중한다", "다른 수뇌부들도 함께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지방 지역에서 근무 중인 한 경정과 경감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을 두고 밝힌 의견이다. 
 
지난 27일 행정안전부는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가 내놓은 '경찰 통제'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내달 중순까지 경찰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방안의 최종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권고안에는 행안부가 경찰에 대한 지휘·인사·감찰·징계 등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는데, 30여년 간 사라졌던 일명 '경찰국' 신설이 그것이다.  
 
김 청장은 곧바로 "권고안은 경찰제도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당초 자문위의 권고안 발표 직후 사의표명 방법보다 설득하는 방향을 택한 김 청장이지만, 행안부 장관과 100분 가까운 통화 끝에도 합의가 안 되자 '최후의 보루'인 사퇴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러나 14만 경찰 대표인 수장의 마지막 수단 치고는 파급력이 적어 보인다. 한 달도 채 안 남은 임기 때문인지 여타 경찰 내 고위급 인사들은 그저 '묵묵부답'이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의 공식 성명과 경찰 내부망 등을 통한 일선 경찰의 반발에 그래서 힘이 안 실린다.
 
행안부를 통한 경찰 통제·견제안 추진이 전광석화 같기도 했지만 김 청장을 위시한 경찰 수뇌부의 대응이 짧고 단발적이었다는 점도 경찰의 입장 반영 동력을 떠받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김 청장의 사퇴가 행안부 통제시도에 대한 반발이나 여당 비판처럼 항명이라기 보다는 항복에 가깝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지금의 경찰 모습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논란이 있을 당시의 검찰 내부의 대응과는 확연히 다르다. 국회의 검수완박 법안 발의 당시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고검장 급 고위직들도 줄줄이 옷을 벗겠다며 협심했다. 상황이 이러니 "경찰이 똘똘 뭉쳐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니, '모래알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는 지적이 일선에서 나올만 하다.
 
물론 사퇴만이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다. 특히 조직을 떠난 경찰은 변호사로 개업할 수 있는 검사와 달리 개인의 앞날이 불투명 하다. 경찰 고위직들이 조직적 반발에 주저하는 것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다만, 경찰국 탄생 후,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행안부의 명령만 따르는 경찰'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경찰은 협심을 통한 스스로의 적절한 대응을 깊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승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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