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령으로 경찰통제…'경찰국' 신설 위헌 논란

이상민 장관 "헌법이 소관사무에 관한 부령 제·개정 권한 부여"
"치안업무 직접 지휘 않더라도 확인·감독할 권한·책임 있어"
법조계 "장관, 수사에 관여할 여지 있다면 위헌성 우려"
“경찰 통제 주체는 행안부 아닌 국가경찰위” 의견도

입력 : 2022-06-2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행정안전부(행안부)가 경찰 통제 조직 구성을 공식화한 데 대해 일선 경찰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행정부령으로 경찰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위헌·위법 여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 권고안을 받아들여 이른바 ‘경찰국’으로 불리는 경찰업무조직을 행안부 내 신설한다고 밝혔다. 권고안에는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고위직 경찰 공무원 대상 후보추천위원회 설치 등이 담겼다.
 
행안부는 경찰통제안을 부령으로 구체화 한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헌법에서 각 부 장관에게 소관 사무에 관한 부령 제·개정 권한을 부여한 만큼 행안부 장관이 치안업무를 직접 지휘하지는 않더라도 이를 확인·감독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행안부가 경찰의 인사권을 쥐게 된다는 점에서 경찰을 사실상 정권에 예속시켜 ‘권력의 충견’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이날 발표내용만 놓고 보면 정부 조직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기 때문에 곧바로 위헌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수사에 관해 어떤 보고를 받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에는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부령 통해 경찰 통제를 위한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은 정부조직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노 변호사는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이) 주로 치안 관련 업무에 대해서만 지휘할 수 있지만, 경찰국을 신설하고 인사권한을 틀어쥔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경찰 수사 독립성 부분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경찰의 수사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이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근거로 내세운 정부조직법 34조 5항은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의 실질적 목적은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한 정부조직법·경찰청법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정부조직법을 개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금 현행 법률로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인사를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이 하는데, 그래도 (검찰에서 정권 대상으로) 다 수사했다. 경찰이라고 해서 못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행안부가 경찰 인사권을 쥐더라도 경찰의 수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부연이다.

일각에선 경찰국을 신설할 게 아니라 경찰 통제 주체인 국가경찰위원회의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위는 경찰 행정의 최고 심의기구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이 장관 발언대로 그간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경찰을 통제해왔고, 이를 정상화해야 하는 것도 맞다”면서도 “하지만 현행 경찰법에 적시돼 있는 경찰 관리·운영의 주체는 행안부가 아닌 국가경찰위원회”라고 밝혔다.
 
경찰법 1조는 ‘경찰의 민주적인 관리·운영과 효율적인 임무수행을 위해 경찰의 기본조직 및 직무범위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경찰의 관리·운영 주체는 국가경찰위원회, 임무수행의 주체는 경찰청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경찰위를 형해화해 경찰위 권한을 행안부가 행사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정부가 (경찰을) 지휘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그간 경찰제도 개선을 위해 내무부(행안부 전신), 행안부에서 (경찰을) 분리하려 노력해온 것들을 다시 뒤집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31년 전 내무부(현 행안부) 소속 치안본부 시절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다.
 
그러면서 “정권이 곤란에 처했을 때 (국민을 향해) 경찰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게 무서운 것”이라며 “당장 5년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라도 정권이 그 권한(경찰위 권한)을 가져갈 게 아니라 경찰위원회 기능을 정상화하고, 시민들로 구성된 (경찰 견제 감시) 외부통제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 선례로 영국의 ‘독립경찰민원조사위원회’(IPCC)를 꼽았다. 영국은 2002년 제정된 경찰개혁법에 근거해 2004년부터 IPCC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IPCC처럼 경찰을 감시할 권한은 정부가 아닌 시민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찰 출신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과 야권 등에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준비 중이다.
 
김 교수는 “지휘규칙(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 권한을 구체화하기 위한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을 부령으로 만드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 되기 때문에 이를 열흘 내 국회로 보내야 하는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선 장관 해임건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행안부 장관) 탄핵소추로 이어지고, 또 헌재 결정도 받아야 하는 등 왜 이렇게 복잡하게 가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비판에 이 장관은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결코 위법한 행위가 아니다”라며 “없는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면 당연히 위법한 것이지만 기존에 있던 권한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만드는 것은 법률 사항도 아니고 시행령으로 해야 되는 작업”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청 지휘 체계 변화. (제공=행정안전부)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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